초등학교 3학년 수업이었는데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매우 쉬운 속담이었다. 녀석들은 쉽게 빈칸을 채웠다. 이 속담의 뜻풀이는 이러하다.
그런데 이걸 가르치는 우리말 강사가 정작 한 우물을 제대로 못 파는 편이다. 벌여 놓기만 한 글들이 많다. 특히 나의 브런치북을 보면... 시작만 해 놓았지 끝내지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올해만 해도 브런치북을 여섯 가지나 호기롭게 시작해 놓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을 내지 못하였다. 더는 그다음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아서 뭘 믿고 일을 저질렀을까 싶을 때도 있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나'라는 독자와 지키기로 한 약속마저 날려 보낸 지 오래라 종종 내가 실망스럽다.)
다 써 놓은 이야기들도 여럿이지만 왠지 '발간' 버튼을 누르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가만 앉아 생각해 보니 이것 또한 '불안'이 그 기저에 꿈틀거리고 있어서였다.
-불안1: 더 틀린 부분이 있을지 몰라.
-불안2: 한 번 더 점검해 보자. (그렇게 한 번이 열 번이, 스무 번이 되고...)
-불안3: 되돌릴 수 없는데, 이게 최선이야? 자신 있어?
이런저런 불안과 핑계로 여전히 나는 지금도 '마지막'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모습의 불안도 있다.
-불안4: 완성 못 한 것들은 그냥 뭐라도 써서 끝을 봐야지. 붙잡고 있으면 더 불안해.
-불안5: 연재 약속을 안 지키면 되겠어? 아무도 너의 끝을 모른다고 그렇게 계속 글쓰기를 건너뛰기만 할 거야?
-불안6: 이대로 '발간 버튼'을 안 누르면 너는 아무것도 안 쓴 셈이야.
그래, 마지막이 있어야 그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엔 후자의 '불안이'들이 이길지도 모른다.)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이 이야기들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용두용미'까지는 못 되더라도 '용두사미'로 살아가며 나의 불안에게 먹이를 주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 이 글을 끝으로.. '비혼을 때리는 말들'이라는 브런치북의 '발간' 버튼을 누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