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일지11

노안 염려증

by 봄책장봄먼지

안쓰러웠다,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겨레출판편집학교 교수님들이.


안경을 올려야 작은 글씨가 보이신다거나 아예 돋보기를 목에 매달고 다니시며 수강생들의 결과물을 일일이 확인하시는 그 모습. 퍽 안타까웠다. 벌써 노안이 오셨구나.


직업병이라 하셨다. 편집자 오래 하면 남들보다 일찍 노안이 온다고,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그 증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으니 중간중간 많이 움직이라고. 편집자들은 정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취미는 좀 활동적인 쪽으로 가져 보라고.

그때는 남 얘긴 줄 알았고(심지어 나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선생님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마흔 초반에 벌써 노안이 오진 않겠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안약과 눈 찜질팩을 달고 산다.


<노안 늦추기 프로젝트>

1. 알람을 꼭 맞추고 일을 한다.(20분 일하면 2분 눈 쉬기)

2. 인공눈물을 자주 넣고 눈 찜질도 틈나는 대로 한다.

3. 웬만하면 산책도 1일 1시간(자연을 봐야 눈도 좋아지고 몸에, 마음에 고인 것들도 덜어 낼 수 있다.)

4. 남 보기 웃긴 동작이라도 일하는 중간중간 열심히 스트레칭을 한다.


두 달 전, 눈에 약간의 이상이 생겼다. 눈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눈알에 뭔가 찌르는 듯한 아픔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뾰족한 무언가에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눈두덩이가 갑자기 축 늘어져 눈을 덮는 현상이 매일 되풀이됐다. 그리하여 안과까지 찾았다.


“눈 속은 별 이상 없네요. 눈썹 찔리는 것도 없고 깨끗한데요?”


면역력이나 피로가 쌓인 것일 수도 있다. 노안이 올 나이는, 아직까진, 아니지만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 주면서 눈 관리를 하라고. 필요하다면 눈 처지는 건, 자기가 수술(뜨아, 무셔)을 해 줄 수도 있다 한다.(흑. 벌써 이럴 나이로구나.)

안약과 인공눈물 한 통을 처방받아 하루 세 번 안약을 눈에 넣었다. 인공눈물도 틈틈이 쏟으며 강제로 흑흑 눈물을 쥐어짠다. 원래 안구건조증이 있다는 말은 좀 들었다. 동생 결혼식 때 화장을 해 주시던 분이 동생도 나도 결막염 비스름한 '눈알'인 듯하다고, 화장이 잘 번지는 스타일이라고도 한 적이 있다.

아놔, 나 이럴 줄 알았다.

허구한 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니, 쯧쯧. (게다가 일하다 쉴 시간에 또다시 밤늦게까지 휴대폰 들고 앉아 있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 않을 때조차 종이 앞에 눈을 들이대고 있고. 그렇게 작은 글자들 앞에만 눈을 앉혀 놓으니 이 사달이..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눈의 외출을 삼가고 있기도 해서 눈이 마음 놓고 쉴 틈이 없다. (부디 이 covid-19 사태가 말끔히 사라지기를..)



나는 지금 두 개 눈과 두 개의 손이 방구석에 갇힌 채 노안일지 직업병일지 모를 적과 대치 중이다. 아무래도 올여름엔 안경이라도 맞춰야겠다. 편집자의 노안 염려증은 진짜 노안이 찾아올 때까지 끝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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