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카레
시간도 많을 겸 요리를 할까 했다.
일할 때에는 물리적으로도 힘들고, 생각할 것들이 많아 요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시간도, 생각도 많아 허드렛일에 억지로 몸을 썼다. 그러다 건강을 생각해서, 만들어 먹는 버릇을 키워야겠다 싶었다.
가을을 닮은 카레로 결정해 장을 봐오기로 했다.
사실, 카레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머니께서 요리를 못했어서이기도 했고, 학식으로 많이 나온 음식였기도 했고, 20대 혼자서 버티기 위해 먹은 음식이 3분 카레였어서 지겨움도 있었다.
그런데, 직접 만드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부쩍이나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카레를 만들 결심으로 요리시간을 가늠해보았다.
보통 요리는 재료 써는데 한 시간, 끓이는데 한 시간이니, 2시간 정도로 계산이 된다.
오후 2시쯤 나가서 장을 봐왔다.
요리를 안 하기 때문에 카레가루는 매대에 많이 없는 것으로 골랐고, 브로콜리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샀다.
장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단풍이 색색이 피어있었다. 정말 카레랑 많이 닮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온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고서는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으로 카레 만드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래, 그 어린 시절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고 구전으로만 요리를 알았던 시대였지..라는 생각에 나름 기대라는 것을 해보았다.
제일 먼저, 카레가루를 먼저 물 500ml를 부어 개어내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 다음엔 손이 많이 가는 순으로 브로콜리, 감자를 먼저 다듬을 걸 생각하니 고통스러웠다. 비효율적인 노동의 장시간을 버티기 위해 초콜릿을 먼저 먹었다.
TV를 틀고 브로콜리 1개, 감자 2개를 손질 보고 잘게 잘랐다. 어릴 때 먹던 카레 재료들이 덩어리가 큰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볶음밥용보다는 약간 크고 어린이 국용처럼 깍뚝 썰었다. 그리고 당근 1/2개, 양파 1개, 양송이 6개를 송송 썰었다.
감자 숑숑
당근 숑숑
거의 다 끝나 기분이 좋았다.
이제 끓일 차례이다.
후라이팬에 올리브유가 없어서 카놀라유를 부어 달구고, 양파를 먼저 구웠다. 양파향이 배이기 위해, 양파 위에 고기, 브로콜리를 부어 저었다.
휘휘 저으면서 대한민국 여자들은 참 손이 크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고기가 하얗게 익은 뒤, 감자, 당근, 양송이를 넣고 향이 배기 위해 한참을 또 휘저었다.
그리곤, 물을 360ml 붓고 뚜껑을 덮었다. 고기, 감자가 익는 동안에 커피를 마시고 설거지를 했다.
마지막, 고기가 노랗게 익은 뒤, 냉장고에서 카레를 꺼내 후라이팬에 부었다.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라이팬 뚜껑을 여러번 열었다 닫았다.
카레 위에 일회용 토마토 케첩을 추가했다. 토마토 케첩을 좋아하지 않기에 케첩이 없어서 동생이 모아둔 햄버거 일회용 토마토 케첩을 두 개를 넣었다.
나는 중간에 간을 보지 않는 편이다.
요리할 때에 언제가부터 습관적으로 간을 보지 않게 되었다. 카레에 이미 간이 되어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맛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사이다를 준비했다.
그렇게 밥 위에 카레를 붓고 가을을 닮은 저녁을 했다.
카레는 맛있는 요리였구나!
2025.11.08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