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돈으로 산다는 것
아침 7시 즈음 일어나면, 드는 고민이 있다.
오늘 커피숍에 갈까 말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커피숍으로 향하고 싶다. 우리집과 40초 거리인 블루보틀커피는 햇살이 잘 들어오는 큰 창들이 인상적이고, 아침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아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바리스타 따라 엄청 시끄러운 힙합음악이 나와서 갸우뚱 하기도 하고, 오늘 처럼 이렇게 토요일 아침을 잔잔하게 시작하게 도와주는 기타루프가 부드러운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노트북을 열어서 글 쓰는것도 좋다. 하지만 하루를 돌아봤을 때, 집에서 시작한 하루보다 커피숍에서 시작한 하루가 훨씬 더 "오늘 나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라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항상 고민이 되는 이유는, 블루보틀커피에서 가장 싼 음료가 $5.20인 pour over이기 때문이다. 이걸 원화로 계산하면 6,833.48원이다. 일년에 한번씩 한국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라떼도 아닌, 아몬드 우유도 첨가하지 않은 정말 지극히 기본적인 커피에 이정도 돈을 쓰는게 망설여진다.
오늘 같이 시간이 길게 비는 날은, 같은 템포로 토요일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여유가 6,800원을 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