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 그리고 바다
아빠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알았다.
내가 아빠보다 오래 살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엄마가 칠순을 넘어 살아계신데도 내 삶의 기준은 늘 돌아가신 아빠였다.
"엄마는 빨리 아빠 따라가고 싶어. 외할머니처럼 60살에 죽는 게 소원이야."
40대의 엄마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나이였다.
14살에 아빠를 잃고, 18년 후 엄마도 떠날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마다
침대에 누워 베개를 끌어안고 눈물로 아빠를 찾았다.
아빠에게 사랑받았고 아빠를 사랑했다.
아빠는 나를 이해한다고 믿었다.
엄마에게 사랑받았고 엄마를 사랑했다.
아빠의 빈자리는 다름이 틀림이 되는 상황들로 채워졌다.
아빠처럼 날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맸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빠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찾는 것을 포기했을 때 다름을 다름으로 봐주는 사람을 만났다.
바다를 사랑하는 그와 부부가 되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아빠는 바다를 사랑했다.
딸은 아빠가 사랑하는 바다를 사랑했다.
그런 바다가 아빠를 삼켰다.
바다를 한없이 원망하고 끝없이 증오했다.
아빠 없이 매서운 20년을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시 바다를 만났다.
바다는 언제나처럼 그곳에 있었다.
아, 바다는 잘못이 없다. 그저 존재할 뿐.
홀로 남겨졌던 하나가 둘이 되어 다시 바다 앞에 섰다.
아빠와 딸이 사랑했던 바다는 여전히 눈부시다.
어느덧 제주로 이주한 지 8년이 되었다.
이제는 바다를 그저 바다로 바라본다.
이제는 나를 그저 나로 바라본다.
비로소 딸의 삶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밤 9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