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누가 나 좀 사랑해 줬으면

바다에 안긴 딸

by 자미손

"내가 잘할게. 나한테 기대도 돼."


사랑이 전부였던 뜨거운 20대.

관심 가는 사람이 내게 호감을 보이면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다.

누군가는 부담스러워하고 누군가는 뛰어든다.

혈기 왕성한 그의 마음을 덥석 잡는다.

모든 게 다 아름다웠던 시간이 지나면

그가 아빠처럼 나를 보듬어주길 원한다.

그랬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별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원할 듯 빛나던 사랑이 죽어버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견딜 수 없는데.

아직도 이렇게 아픈데, 버거운데, 너마저 떠나버리면 어떡해.

다 감당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이런 나라도.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했잖아, 이런 나에게.


진정 어린 사랑이었다.

사랑받고 싶은 만큼 최선을 다했다.

"넌 내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연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남자친구의 말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야. 너라서, 너와 함께라서 좋은 거야."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의 말을 이해한다.

나는 사랑을 사랑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랑만큼은 절대 손해 보고 싶지 않았다.

이득을 바라는 욕심은 결국 빈곤을 불렀다.


그들도 진실한 사랑이었다.

연인이 아닌 보호자가 되는 것이 버거웠을 뿐.

자신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시기에 누가 또래를 돌볼 수 있을까.

헌신받기 위해 헌신했고, 헌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날카롭게 할퀴었다.

"난 너에게 부족한 사람이야. 더 좋은 사람 만나."

따뜻한 그들은 다정하게 떠나갔다.


가스라이팅을 하는지도 당하는지도 몰랐던 시절.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 비극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나만이 나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누군가가 채워주기만을 바라며 꽃다운 시절을 애태웠다.


"제발 누가 나 좀 사랑해 줬으면."

그랬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진짜 많이 사랑해. 그리고 항상 고마워."

매일 잠들기 전, 이제는 내가 나를 채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나답게 보내려 애쓰는 하루가 소중하다.


(매주 목요일 밤 9시 연재)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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