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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Feb 12. 2019

그래도 너만큼은 뚜렷하다.

Jade - Completely Yours (Feat. Seungmin)

https://youtu.be/YzlWetbL9IA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요즘 내가 왜 이리 너에게 푹 빠져있는지.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너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책이라면 너의 가방 속에 있을 것이고, 목도리였다면 너의 목을 감싸고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속을 너에게 말하기엔 너무 어렵다. 나조차도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이 표현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으며 들뜬 마음으로 늦은 밤을 마주한다. 문득 너와 같이 갔던 서점에서, 함께 보았던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우린 헤어진 적은커녕 사귀지도 않지만 피렌체에서의 너와 나를 생각했다. 처음엔 서로 장난치듯 이야기했지만 상상해보니 그럴싸한 로맨스다.


나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루 전 날에야 내일이 생일인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안 받고 안 주는 게 차라리 편한 나였기에 선물도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 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너의 생일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아마도 무엇인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너의 생일을 기다리다 나의 생일을 먼저 맞는다. 축하인사는 좋은데, 무엇인가를 받기에는 항상 부담스러워하던 나였다. 그럴 줄만 알던 나였는데 알고 보니 아니더라. 네가 사준 예상치 못한  저녁이 고마웠다. 네 생일이 먼저 빨랐다면 내가 밥을 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너는 메신저보다 통화를 좋아한다. 일일이 텍스트를 치는 것도 귀찮고 사람의 목소리에서 묻어 나오는 미세한 감정선이나마 느껴져야 조금 더 대화 같다는 느낌에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너와 나는 심심하거나 힘들 때 항상 통화를 한다. 그럴 때면 항상 말이 많아지는 우리다. 시시콜콜한 농담과 별 의미 없는 오늘의 사건에도 집중하며 듣고 맞장구친다. 이런 건 텍스트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서로의 음성에 담긴 미세한 그 선에 귀 기울인다. 


그렇다 보니 날짜가 바뀔 때마다 네가 점점 커져간다. 너도 마찬가지일까. 내 마음이 네 마음이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집 밖은 항상 바쁘게 돌아간다. 이렇다 할 답은 쉽게 오지 않고 항상 애매함 투성이다. 하지만 너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오늘도 뒤척이며 선잠을 잤다. 어제와 다른 건 집을 나서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언젠가 너에게 작은 편지를 읽어주고 싶다. 내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내가 얼마나 너에게 빠져있는지 말해줄 그런 내용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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