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 뜻밖의 고백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너의 이야기에 두 귀를 의심했다. 물론 너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깝다 생각하긴 했다. 근데 이런 식의 빠른 전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멈춰버린 생각을 정리하며 고민했다.
나도 물론 네가 좋다. 하지만 너와 난 연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다 생각했다. 그래서 거절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잠깐의 어색함이 지나갔을 때, 너는 웃었다. 기쁨의 웃음이 아닌 살짝의 씁쓸함이 섞인 그런 웃음으로. 친구로 남자는 너의 말을 계속 곱씹었다. 내가 할 말을 네가 먼저 하면서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너의 착한 마음씨에 후회가 밀려왔다. 한숨이 차 가슴 한편이 왜 이리 아려오는지 아직은 몰랐다.
우린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일어났다. 어제처럼 너를 데려다주는 길이지만 오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냥 걸었다. 너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우린 어색한 웃음으로 잘 들어가라 말했다. 집에 돌아가며 곰곰이 생각했다. 너에겐 한참이나 모자란 나에게 너의 고백은 어떤 의미였을까. 한참을 걷다 나에게 고백한 이유를 생각하기보다 너의 고백을 거절한 내가 궁금해져 갔다.
괜스레 심술을 부린 것 같다. 이럴 자격 없는 나지만 내가 참 못났고 불안해서였나 보다. 너에겐 내가 맞지 않다며 자존심을 부린 것 같다. 딱히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대답할 걸, 너무 성급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너를 놓치고 말 것이다. 놓쳐버린 풍선이 잡을 수 없는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전에 너를 다시 잡아야만 한다. 바보처럼 이제야 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급히 연락처에서 너를 찾아 전화를 건다. 제발 받아라. 나는 왔던 길을 돌아가며 너에게 전화를 건다. 끝나지 않는 신호음이 심장소리가 되듯 조마조마해진다. 집 앞으로 나와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신호음은 끊길 생각을 않는다.
네가 전화를 받으면 내가 꼭 말하고 싶다. 미련한 내 맘 다시 받아줄 수 있을까. 다신 놓치지 않을 테니, 내가 기다릴 테니 내 고백받아줄 수 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