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남편을 만났을때 나는 운명이란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착한 나를 알아주는 착한 남자이자, 마음 약한 내가 기댈수있는 믿음직한 남자.
그런데 살아보니 왠 이상한 놈이 나랑 살고있다. 뭐 이건 양자의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건데, 남편의 소회도 비슷할거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결혼 9년만에 남편에게 개실망한 마당에 착한 놈은 제쳐두고, 내 남편은 나쁜 놈일까 이상한 놈일까.
뭐가됐든 마음에 들진 않다만, 본인은 나쁜 놈이 아니라 멍청한 놈이라고 열띠게 주장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있자니 설득력이 있다.
몰랐다는 거다. 내가 그 한마디에 그토록 화가 날 줄은. 몰랐다는 거다. 말을 꺼낸 시기가 안좋았다는 것을. 몰랐다는 거다. 상처받고 괴로워 할 나를.
도대체 넌 아는게 뭐냐.
모르는 것도 죄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래 내 남편이 아주 치사하고 이기적인 나쁜놈 아닌 것이 다행이다 하고 넘어갔다. 그저 무지한 저를 거둬야지 뭐.
상대방도 그러고 있을테다. 저 예민하고 소심한 자를 이렇게라도 달래야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