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뒤에야 알수있는 것들 중에 사랑도 있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미워지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신혼은 둘이서 알콩달콩 보내던 애들없을 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바로 어제까지가 신혼이었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했다. 양말은 왜 여기다 벗어놨지. 칫솔은 왜 여기다 올려 놓지, 저봐라 또 돈아까워서 필요한 것도 못사지, 성격 급해서 또 계단으로 가지, 피곤하다더니 축구는 꼭 가지......
남편의 단점도 단점, 장점도 단점이 되는 신비한 경험. 나는 그만, 모든 것이 흑화되는 흑마법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주변에 내 증상을 말하니 결혼선배들은 8년만에 왔으면 늦게 왔다고들 했다. 무엇이 늦게 왔냐니 권태기란다.
막상 이런 증상을 겪으니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영원히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냐고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 내게 선배들은 놀리듯 말했다.
"이제 진짜 부부가 되는거지."
"의리로 사는거지."
"자식땜에 사는거지."
"이 또한 지나간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얘기에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이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좋아지나요?"
"다시 좋아진다기보단......미치게 싫은게 지나간달까?"
하하하하하.
그 와중에 또 웃기긴 해서 실컷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