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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Jul 05. 2021

3) 분노가 불러온 권태기


지나간 뒤에야 알수있는 것들 중에 사랑도 있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미워지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신혼은 둘이서 알콩달콩 보내던 애들없을 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바로 어제까지가 신혼이었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못마땅했다. 양말은 왜 여기다 벗어놨지. 칫솔은 왜 여기다 올려 놓지, 저봐라 또 돈아까워서 필요한 것도 못사지, 성격 급해서 또 계단으로 가지, 피곤하다더니 축구는 꼭 가지......

남편의 단점도 단점, 장점도 단점이 되는 신비한 경험. 나는 그만, 모든 것이 흑화되는 흑마법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주변에 내 증상을 말하니 결혼선배들은 8년만에 왔으면 늦게 왔다고들 했다. 무엇이 늦게 왔냐니 권태기란다.


막상 이런 증상을 겪으니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영원히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냐고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 내게 선배들은 놀리듯 말했다.


 "이제 진짜 부부가 되는거지."

  "의리로 사는거지."

  "자식땜에 사는거지."

  "이 또한 지나간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얘기에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이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좋아지나요?"

"다시 좋아진다기보단......미치게 싫은게 지나간달까?"


하하하하하.

그 와중에 또 웃기긴 해서 실컷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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