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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Jul 09. 2021

15) 우산, 장화, 부침개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나는 소리없는 막춤을 췄다. 드디어 혼자다.

혼자가 되기위해 이토록 애쓸 거 였다면 애초에 둘이, 셋이, 넷이, 다섯이 되지 말았으면 될 것을.

결혼은 안하면 외롭고, 하면 괴롭다고 한 현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혼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코로나로 인해 4인 세트로 몇개월을 보냈더니, 혼자가 참 많이 그리웠다. (회사원1인 제외)

디스크로 인해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못했더니, 일상이 참 많이 그리웠다.

코로나와 디스크가 한발짝씩 물러나자,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


감사가 비오는 날의 우산이었다면, 맑게 갠 날씨는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일상. 일상이라는 이름의 축복이었다.


깨끗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은 쉬이 상해버리던 모든 쾌쾌한 것들을 뽀송하게 소독하고 말려주었다.


새삼 날씨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누군가 궂은 계절을 보내고 있을때, 나는 종종 우산을 꺼내 쓰라고 종용하곤 했다.


그러나 결국엔, 비가 그쳐야 한다. 그의 삶에 햇살이 비춰야 한다. 그 전까진 그가 꿉꿉하고 축축하다 느끼는 걸 내가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저 그가 그 계절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내가 우산, 장화, 부침개가 되어줄 수 밖에.


모든 장마속의 그대들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끝이 없는 장마는 없다고.

조금만 더 견뎌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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