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놓친 마지막 차량
운전을 배운 이유는 단순히 편하게 출퇴근하기 위해서였지만,
가끔은 정말 운전을 배우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딱 신호를 놓친 마지막 차량이 되었을 때다.
커다란 도로 한가운데 잠시 멈춰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준다.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반대편 차량들,
횡단보도를 바쁘게 건너는 아침 사람들,
천천히 노랗게 물드는 가을 나무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움직이고 나를 위해 멈춘 듯,
그 순간만큼은 내가 당당하게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영화 같은 장면들이
내 안의 슬픔, 기쁨, 신선함, 고민 같은 여러 감정들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오늘도 주말 인도 모임 행사를 위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피곤함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
다가오는 긴 휴가 앞에서 괴로운 마음을 달래려
급하게 여행을 계획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다행히 신호를 놓친 마지막 차량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잠깐 왼쪽 창문을 보니,
작은 노란 꽃들이 피어 있는 보쌈집 앞 풍경과
그 앞을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잠시, 주인공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