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써브웨이 메뉴 같은 인생

by Sri sankar

아침 출근길, '주현미의 러브레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시작 멘트는 이런 말이었다.

“사는 게 선택해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힘들게 느껴지지만,
사실 삶만큼 단순한 것도 없어요.
맨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우리가 여러 길에서 헤매다가
괜히 길을 잃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는 생각이 달랐다.

여러 길이 있으니까,
나는 선택할 권리도 있는 게 아닌가?

그 다른 길에
무서운 귀신이 있을 확률만큼이나,
나를 기다리는 작은 기적이 숨어 있을 확률도 있지 않을까.

맨날 가는 출근길에서
잠시 우회전을 했더니
아주 예쁜 방화수류장이 나타났던 것처럼,
막혀서 돌아가던 길에
뜻밖의 한옥 마을을 지나
예상보다 빠르게 직진 도로로 합류했던 것처럼.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서 늘 평안한 것도 아니고,
같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늘 같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선택지가 많은 ‘써브웨이 메뉴 같은 인생’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할라피뇨는 더 넣고,
싫어하는 양상추는 뺄 수 있으니까.

선택의 표시가 복잡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자유’라는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나뿐인 인생이라면
가끔은 회전해서
귀신도, 기적도
모두 마주해 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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