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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y 12. 2017

하고 싶은 일이야?

'몰라'라는 무책임한 말 말고, 'Yes or No'

"하고 싶은 일이야?"
사실 김지영 씨는 아이스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에 관심도 없고, 앞으로 관련한 공부를 하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한다고 정직원이 되거나 매니저가 되거나 원하는 부서에서 일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시급은 아마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딱 그만큼 오를 것이다. 미래랄 게 없는 일이지만 당장의 장점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월급쟁이 가정에 70만 원 가까운 월수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어린이집 이외에 다른 육아 도우미를 구하지 않아도 되고, 적당히 육아와 가사도 병행할 수 있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야?" 정대현 씨가 다시 물었고, 김지영 씨는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는 <82년생 김지영>의 내용의 일부이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눈물이 났다. 단지 결혼한 김지영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맞닥뜨린 청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input를 넣고, 이를 바탕으로 꿈을 펼치고 싶어도 당장 눈 앞에 있는 조급함의 불씨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공부할 시간을 팔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삶이 윤택해졌냐 물으신다면 한국에 살고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깊게 생각하고 질문할 시간이. 그 시간을 당장의 장점이 보이는 돈과 맞바꾸어 일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들 영어보다는 토익을 하는 것이겠지. 다시 소설로 돌아오면 아무도 지영 씨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지영 씨 스스로 판단한 일이다.


    나에게 누구도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거나 빨리 직장을 구해서 집을 나가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역류성 식도염이 걸렸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니 아차 싶으면서 다니고 있는 학원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고, 흔쾌히 받아주셨다.


    선생님은 초밥을 한 입 먹기도 채 전에 뭐할 때 재미있고 좋았니?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아 종알종알 이야기했다.

이거 할 때도 재미있고, 저거 할 때도 재미있고요..

"아니, 돈 내고한 것 중에 말고, 돈 받고 한 것 중에"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응? 뭐가 있지? 내가 돈을 받고 뭘 했었지?


소비자는 냉정하다

    미성년자일 때는 물론이고 대학교에 와서도 아르바이트할 때 말고는 크게 '생산자'의 입장이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소비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용을 하면 항상 평가를 했다. 카페를 가도, 어플을 사용해도, 음식을 먹어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이렇게 조금만 바꾸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만'했다. 스타트업 캠퍼스를 들어가서 프로젝트를 실제로 하다 보니 아이디어에서 실제품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 무에서 유(Zero to One)를 '창조'하는 일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은 소비자일 때는 알 수 없는 철저히 생산자의 입장이었다. 나는 생산자의 입장이었던 적을 떠올려보았다.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니 첫 줄에 말했던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꽤 있었다. 과외부터 시작해서 잡지사 인턴, 대기업 번역 아르바이트, 스타트업 CS 업무까지. 여기서 내가 즐거움을 느낀 부분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피드백이 오면 나는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하고자 했다. 생각이 조금 정리되자 다시 물어보았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떻게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대답은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확신은 마지막에 오는 거야. 확신은 해봐야 아는 거지

    생각해보면 간단한 원리인데 나는 남의 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했는지를.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그리고 해봐야 생기는 것이 확신이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해봐야 하는 것이냐 하면 우리는 너무 한정적인 시간과 자원 속에 산다. 이때 민호 선생님의 조언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해주신 조언이지만 누군가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세 가지를 공유하려고 한다.


    첫 번째, 루틴을 만들어라.


    습관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루틴이다. '건강한' 습관은 추상적이지만 '매일 눈 뜨자마자 물 한 컵 마시기'는 루틴이다. 그래서 민호 선생님은 나에게 루틴을 만들어서 매일 할 것을 추천하였고 그 자리에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을 약속했다. 지금은 매일 30 페이지의 책을 읽고 한 줄이라도 정리하는 루틴을 굳히고 있는 중이다. 하루 24시간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줄 루틴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두 번째, 삶의 주인이 되어라.


    사장은 사원들의 방향을 설정해주고 그 방향을 향해 끝까지 힘을 내서 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사장이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되어 진정한 삶을 끌어나갈 힘이 생기는 것이다.

    민호 선생님이 여기서 간단하고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주셨다. 아이폰의 색상이 많이 나와 빨주노초파남보검회로 다양하다고 가정해보자. "고르기 너무 어렵게 왜 이렇게 많은 색이 있는 거야, 그냥 한 가지 색상만 나오지"라고 하면 선택할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그러나 "다양한 색상이 있네, 나는 노란색을 좋아하니까 선택하겠어."라고 한다면 온전히 노란색 아이폰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사용하면 노란색 아이폰이 좋을 수도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 노란색 아이폰이 좋으니 다음에도 노란색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싫었으니 다음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선택한 것은 책임과 더불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남의 선택일 때는 불만과 만족이라는 일차원적인 체험을 하고 지나갈 확률이 높다. 나도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따라 하고 싶었다. 물론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감정적인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온전히 내가 선택하고 책임을 졌을 때, 그 경험의 시간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개미와 베짱이.


    성실한 개미와 게으른 배짱이. 만약 개미가 성실하지 않거나 베짱이가 바이올린을 켜지 못한다면 둘은 모두 굶어 죽을 것이다. 민호 선생님은 나의 유형을 콕 집어주시며 쓰지만 필요한 조언을 해주셨다. 당신은 어떤 타입인가?


개인적인 상담을 이렇게 글로 공개하는 이유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또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만약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다. 우리는 고민해야 하고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 뒤에는 실천이 행해져야만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실천하는 삶을 보낸다면 미래가 궁금하고 기다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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