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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Feb 16. 2022

골반이 틀어졌습니다

골반이 틀어지면 생기는 일들

"골반이 틀어졌네요."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양쪽 골반 높이가 다르다며 골반이 틀어졌다고 합니다. 골반이 틀어졌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골반은 양쪽에 날개처럼 생긴 관골과 꼬리뼈가 붙어있는 천골, 미골로 형성됩니다. 관골은 다시 장골, 치골, 장골로 이루어지죠. 이렇게 골반뼈들이 서로 연결되어 방광과 자궁 같은 비뇨 생식기관, 그리고 S상 결장, 직장 같은 하부 소화기관을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리고 위로는 척추, 아래로는 양다리를 연결하여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골반의 상태가 위로는 허리, 목, 어깨, 그리고 턱관절에까지 영향을 주고 아래로는 다리, 발목, 발바닥까지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만큼 몸의 균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있거나, 삐딱하게 서있는 시간이 길거나,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골반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바르지 않은 자세로 장시간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에도 골반이 틀어질 수 있죠. 한쪽으로 가방을 메거나 바지 호주머니에 물건을 넣고 다니는 습관도 골반이 틀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핸드폰이 있는 상태로 오래 걷거나 오래 앉아있으면 골반이 삐뚤어지기 쉽답니다. 복부 비만과 과체중, 지나친 스트레스와 긴장도 골반이 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골반이 틀어진 경우 엑스레이 검사로 봤을 때 보면 양쪽 골반이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보입니다. 이렇게 골반의 높이가 차이가 나면 골반에 연결된 다리의 길이가 겉으로 봤을 때 달라 보이죠. 한쪽 골반이 상대적으로 땅 쪽 방향으로 내려가 있기 때문에 그쪽 다리가 더 길어 보이는 것이랍니다. 이런 현상은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보다 누워있을 때 더 잘 보입니다. 그래서 특히 한의원에서 추나 교정을 받을 때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물론 이때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은 다리 자체의 뼈 길이가 다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골반의 불균형으로 인해 양 쪽 다리의 길이가 기능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이죠. 



  엑스레이를 찍어보지 않아도 골반이 틀어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우선 평소에 오래 걷거나 뛰는 운동, 자전거를 타고나면 항상 고관절이나 허리가 아프다면 골반이 틀어졌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치마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한쪽 옷깃이 자꾸 올라간다면 골반이 틀어졌을 가능성이 높죠. 직접 내 몸을 관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좌우 골반 높낮이를 체크해볼 수 있고 앞을 보고 걷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거울이 없는 공간에서 평소에 걷듯이 걸으면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걸을 때 골반이 한쪽으로 더 치우치는 것이 보인다면 골반의 균형이 틀어져 있음을 의미한답니다. 나비 자세와 같은 골반 스트레칭이나 요가 동작으로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를 통해 골반을 보면 골반이 마치 평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골반은 매우 입체적인 구조입니다. 아랫부분이 좁고 윗부분이 넓은 깔때기 모양을 이루고 있고 움직임의 방향도 단순하지 않고 여러 골반뼈들이 서로 맞물리며 다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골반이 틀어질 때에는 사실 좌우의 높이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니라 앞뒤, 그리고 회전의 정도, 각도 등에서도 모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골반뼈가 각각 틀어지는 것에 따라서 골반뼈에 부착한 근육과 인대도 틀어짐이 생기게 되고 이 때문에 허리나 골반, 고관절에 통증이나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골반에는 천골과 장골이 만나는 부위의 천장관절, 양쪽의 치골이 만나는 부위인 치골 결합, 그리고 대퇴골과 만나는 고관절이 있습니다. 이중 천장관절의 비틀림이 만성 허리 통증의 원인 중 10~15% 정도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답니다. 또 고관절이 불안정한 경우에는 자세와 걸음걸이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서 다리가 O자, 혹은 X자로 휘어지거나 발 아치의 변형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이로 인해서 발목을 자주 삐끗하게 되거나 무릎 관절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골반 아래에 있는 다리 쪽으로 가는 혈관이나 신경이 눌려지면서 저림이나 다리 부종, 발바닥의 이상 감각 등이 생기기도 하죠.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 발 쪽으로 저림이나 당기는 통증이 생기면 허리 디스크로 의심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디스크가 아니더라도 골반이 틀어진 것 때문 만으로도 이런 증상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골반의 틀어짐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심해지면 실제로 디스크를 압박하여 허리 디스크나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도 있고요. 



  골반이 틀어지면 생길 수 있는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랍니다. 만성 어깨 통증,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고 등이 굽어지게 만들거나 어깨가 한쪽으로 솟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고 다리가 쉽게 붓고 종아리가 아프기도 하죠.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통이 생기거나 심해질 수 있습니다. 턱관절 장애, 얼굴 비대칭도 골반의 틀어짐 때문에 생길 수 있답니다. 



골반이 틀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리를 꼰 상태로 앉거나 한쪽으로 기대어 서는 것, 한쪽으로만 옆으로 눕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반대쪽으로 다리를 다시 꼬고 앉으면 골반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골반은 좌우로만 틀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뒤, 위아래로도 틀어지니까요. 그래서 한쪽으로만 체중을 싣거나 한쪽 관절만 사용하면 이미 골반이 다각도로 틀어진 상태가 되어 다시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들어진답니다. 가방을 메거나 무거운 짐을 들 때에도 최대한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드는 것이 좋습니다. 주기적으로 척추, 골반,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골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미 골반이 틀어져서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하고 있다면 적절히 교정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적 치료 방법으로는 침 치료, 부항치료, 약침치료, 그리고 추나 치료 등이 있답니다. 추나요법은 밀고 당기는 힘을 이용하여 체형을 바로 잡는 한방 치료입니다. 뼈와 관절, 근육과 인대, 신경을 교정하는 치료로 구조적인 불균형과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치료이기 때문에 한의원이나 한방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골반 교정 치료를 받을 때에는 1~2회 만에 치료 효과를 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기보다 꾸준히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습관을 교정하고 적절한 교정 운동을 병행하여 지속적인 교정 효과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출산 후에는 골반을 다시 정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 시기는 평균적으로 출산 후 4~6주 이후부터 6개월 이내로 본답니다. 이런 기회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임신 중에 분비되는 릴렉신 호르몬 때문이죠. 릴렉신 호르몬은 출산 과정을 위하여 임신부의 관절과 인대를 부드럽게 합니다. 그리고 출산 4~6개월 이후부터 점점 양이 줄어들어서 골반이 닫히게 됩니다. 이 기회를 살려서 교정 치료를 받으면 오히려 출산 이전보다 골반의 균형을 좋게 할 수도 있는 반면에 이 시기에 적절히 조리하지 못하면 그대로 골반과 척추가 굳으면서 산후풍과 만성 통증이 생길 수 있답니다. 



"어느 쪽 골반이 틀어졌나요?"


  환자분들께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그럼 저는 "양쪽입니다."라고 답변드리죠. 골반은 양쪽 뼈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골반이 움직일 때에는 이렇게 연결된 모든 관절들이 복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골반이 틀어지면 결국에는 양쪽 모두 균형을 잃게 된 것이죠. 그래서 치료를 할 때 골반이 어떻게 틀어졌는지를 진단하는 용어들이 매우 복잡 다양합니다. '장골의 후방 회전 변위', '장골의 전방 회전 변위', '천골의 굴곡 변위', '천골의 신전 변위', 천골의 회전 변위' 등등 말이죠.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쏭달쏭한 용어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모두 이해해야 교정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양쪽 모두 운동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더 안 되는 쪽은 2~3번 더 많이 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골반을 더 잘 교정하기 위해서는 골반과 관련된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다양하게 할수록 좋고, 골반과 관련된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 운동, 어깨 운동, 아래로는 발 운동까지 전신으로 스트레칭이나 교정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틀어진 골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반대로 교정 운동을 할 때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 정렬하면 골반에도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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