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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슬 Sep 22. 2022

[아내일기] #10. 부부가 되었습니다.  

"언제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다는 걸 실감했어?"


우리는 어둑한 저녁, 항상 출발지와 목적지가 분명해야했던 남편이 왠일인지 드라이브를 제안했다. 우리는 무작정 차에 올랐다. 맑은 낮과는 달리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먹구름이 가득해 까만 밤하늘에도 구룸자욱이 가득했다.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이지만 우리는 주말마다 결혼식 일정이 있었다. 푹 쉬고, 푹 자는 주말이 사라진 듯한 요즘.이다. 최근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평일 출퇴근마저 버거워진 나였다. 이런 나를 남편은 지금 그가 아닌 와이프스타일로 위로중이다. 그 위로가 전해진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왜 이 질문까지 도달해진데에는 단지 어지러운 내 머릿속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 침묵을 깨고자 던진 말이었다.


"글쎄,,"


이제는 익숙하다. 남편은 내가 별 다른 의미없이 묻는 질문에 가볍게 대답해볼만도 한데,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야하는 질문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다소 대답이 늦다. 이제 한참 차선을 바꾸고 핸들을 움직이고 유턴을 한번쯤 할때쯤이면, 그때쯤 음... 하고 대답해줄 것이다.


라는 내 생각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무안을 준다. 난 언제나 그랬듯 늘 그보다 한발 앞서 걸으며 뒤돌아 질문하는 버릇이 있다.

"아직 생각중이야?"


"응, 생각중이야.. 언제였을까. 언젠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있는것 같은데 그걸 설명할 수가 없네"


나는 또 앞서 내 생각을 전한다.

"나는 말야, 우리가 12월에 먼저 혼인신고를 했잖아. 근데 그땐 부부가 되었다는게 그렇게까진 와닿지 않았거든? 근데, 결혼식이 끝난 그 날은 달랐어. 직후에 여행을 가든, 병원을 가든, 우리가 서로의 신분을 설명할 수 있을 때 확 와닿더라"


"맞아!! "

남편이 드디어 속 시원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결혼식 전에 신혼집을 마련하게 되었고, 내 반전세 집을 빼면서 춘천-경기광주를 오가게 되었다.

전세도 귀한 시절이라 어쩌다 연고도 없는 경기광주에 자리잡게 되었고, 강남으로의 출퇴근이 그나마 용이하면서 우리 주머니 사정을 이해해줄 지역으로 어쩌다 자리를 잡았다. 내집마련과 동시에 은행을 비롯하여 여러 관공서를 갈 일이 많았는데 그 때도 우리가 굳이 부부란걸 설명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부부 준비생으로 언제나 "예비부부"로 서로를 설명했다. 혼인신고를 한 날도 애써 기념을 하는 기분으로 마음에서 내가 정말? 아내라고? 할 뿐, 그렇게까지 이 사람이 내 남편이구나보다는 여전히 친구같은 애인으로 함께였다.


내 말에 격하게 공감하던 남편이 "그래서 세레머니가 중요해"라고 했다. 어둑했던 저녁이 깜깜해졌을 때, 우리대화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결혼식 자체는 중요하진 않을 수 있지만 100여명이 넘는 지인들 앞에서 우리 사이를 증명하고, 약속하는 행위 자체의 소중함을 우리 부부가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을 깨닳았다.

우리 결혼반지에는 "존중, 배려, 사랑" 새겨져있다. 기념일이나 서로의 이름보다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이념을 넣었다. 이 문구가 인상적이셨는지 아버님께서 해주신 주례사에도 이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부모로써 앞서주신 삶의 지혜로 부부에게 필요한 건 결국 "신뢰"라고 강조해주셨다.


최근, 나는 마음의 병이 신체로 나타나면서 잠시 쉬어감을 선택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엔 모두의 배려로 집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이 쉬어감을 결정하고 고만하는데 있어 남편의 나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던 대화가 있었다.


"혹시 회사에 남겨둔 일들이 아쉽지 않다면 언제든 쉬길 바래. 일을 하는 당신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항상 열정가득한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야. 내가 좋아한 당신은 그저 해맑고 일상을 대화하고 낯선 것을 두려워했던 나에게 그렇지 않다고 다독여주는 그런 모습이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게으른 내가 그냥 당신이 좋아서 부지런해지는 나의 모습이 좋았어"


그는 끊임없이 내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머리든 손에서든 일을 놓지 못하는 나에게 조금은 뒤로 물러서 쉬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잠시 여기에서 여유를 즐기라고 다독인다. 존중과 배려, 사랑이 없다면 결단코 이런 모습보다는 현실적인 미래를 얘기하며 나를 재촉이는 대화만 오고갔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식이라는 세레머니를 준비하던 우리의 모습을 사랑한다. 사소한  하나 놓치지 기 위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되면 누구한 분이라도 적적하지 게, 서운케하고 지 않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렇기에 다소 서로 자신을 재촉하고, 그저 우리끼리 다독이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쌓아갔다.


드라이브는 계속 되었고, 좀 멀리왔다고 생각되었을때쯤 돌아가자고 했다. 많이 외진 쪽으로 빠져나온 것 같아 네비를 다시 보려고 할 때 남편이 그랬다.


 "엇? 여기 우리 동네 들어가는 다른 길이야!"


결국 먼길이라 생각했지만, 우리 집으로 금방 돌아왔다. 언제나 우리 대화는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해 지난 날, 각자의 경험, 우리 앞의 놓인 일들을 얘기한다. 그럼에도 항상 답은 같다.


"잘해왔어, 잘하고 있고, 잘 할거야. 그리고 잘 하지 않아도 돼. 지금처럼 안해도 돼. 즐겁게 하면 돼"


남편의 말에 나도 끄덕인다. 알고 있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어도 그는 항상 나를 믿어주고 나 또한 그를 믿어줄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을. 이제 막 연애부터 시작해서 고작해야 3년인데, 그 농도가 매우 짙어졌다는 것을 안다. 남편과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항상 내가 선택했던 것과 다른 것을 고를 때가 있다. 용기가 아니라 어떤 것도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 선택에 항상 우리가 함께일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끝-


< 아내일기는 이제 다른 시리즈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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