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마지막 등교일, 봄방학 하는 날, 코로나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때였습니다.
아침잠 많은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느라 분주합니다. 방학날은 급식을 하지 않아 돌봄교실 아이들은 도시락을 지참해야 된다고 하네요. 김밥을 가방에 넣고 기쁘게 집을 나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거실에 들어서니 아이는 싱글벙글인데 아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아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돌봄을 마치고 학원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김밥 최고!!! 진짜 대박 맛있었어~” 하며 엄지 척을 하더랍니다.
그러자 아내가 “오늘 돌봄교실은 몇 명 왔어?” 아이는 “나랑 여자애 00이랑 두 명”
아내가 또 “그럼 00이랑 같이 도시락 먹었어?”
“아니 선생님이 따로 먹으라고 하셔서 나는 맨 앞 구석, 00이는 맨 뒤 구석자리에서,
근데 엄마 김밥 정말 맛있었어^^”
맞벌이를 하는 저희 부부는 아이를 방과 후에 돌봄 교실에 맡기고 있었습니다. 방학하는 날은 급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건이 되는 부모들은, 도시락 챙기기가 어렵고 코로나도 무서워 아이들을 아예 돌봄에 보내지 않는데 저희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날 20여 명의 돌봄교실 아이들 중에 딱 2명만 출석했고, 코로나로 도시락마저도 멀찍이 따로 앉아서 먹었다는 말을 듣고 아내가 속이 많이 상했던 것이지요.
00이 마저 없었으면 얼마나 애가 짠 했을지 모르겠다고, 누구누구에게 봐 달라고 부탁이라도 할 걸 그랬다며 우는 아내, 우리 어릴 때는 방학은 당연히 집에서 노는 것이었는데 아이는 그래본 적이 없어 학교를 가더라도 정규수업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 방학이 너무 좋다며, 기쁘게 집을 나섰던 아이의 모습도 떠올라 너무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던 봄방학 날 밤이었습니다.
자식이 뭘까요?
많은 회사의 어머니들은 어떠신가요? 정상 퇴근을 하더라도 집에 가면 7~8시, 저녁 먹고 치우면 9시, 씻기고 준비물 챙기면 10시, 이제 재워야지요. 가끔은 영화도 한 편 보고 책도 좀 읽고 싶지만 맘처럼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제 아내는 퇴근이 일러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를 맞이하여 돌볼 수 있는 조금은 나은 상황인데도 항상 여유가 없다고 툴툴댑니다.
애가 하나라도 학교에서 부르고 어떨 때는 학원에서도 불러, 어쩜 그리 아프기도 자주 하는지…… 누구는 어디를 갔다는데 누구는 뭘 먹었다는데 하면, 애보다 내가 서운해서 한 번은 데리고 가야지요. 나도 직장인이고 아빠도 직장인인데 학교 선생님도, 돌봄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심지어 차량 선생님도 엄마에게만 연락하고 애도 엄마만 찾습니다. 나도 일이 있는데 집안일과 육아는 언제나 나의 몫, 남편은 그저 거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