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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Apr 16. 2024

코로나 투병기

다솜짓_넷


아이가 감기에 걸린 후 주말부터 조금씩  제게도 증상이 나타나더니, 어제는 목이 너무 아프고 몸살이 심해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갔습니다. 아빠보다 늦게 집에 돌아와 괜찮냐는 반가운 얼굴을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님이 떠오릅니다.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네요.


그때도 아이는 전혀 알 수 없는 경로로, 코로나에 확진되었습니다. 회사와 무관함을 다행으로 여기고 즉시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고열에 힘들어하던 아이가 다른 방에서 일하고 있는 제게 묻습니다.

 “아빠 뭐 해?”, “아빠 일해야 해, 네가 확진이라 출근은 못해도 할 일이 많아”

아이가 이 말을 듣고 종이와 스카치테이프를 찾아 방문 밖에서 잠시 부산을 떨더니 문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네요.     '업무중'

이틀 가량 얌전했던 아이의 열도 내리고 다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제가 확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인데 답답한 격리 생활을 해야만 하니 무척 심심하지요. 놀아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몸도 안 좋은 데다가 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못 놀아 주지요.

“아빠 일 해야 된다고 했지? 네가 업무 중! 붙였잖아. 그만 좀 해!!!”

그러자 ‘쉬는’이 추가되었네요.


세 식구 중에 아이와 제가 확진이 되었고 아내는 괜찮아서 저는 일 하던 방에 임시 침실을 마련하였습니다. 약 먹고 일찍 자려고 누운 저를 아이가 놀자고 괴롭히자 아내가 ‘취침 중’이라고 썼습니다.

이에 굴할 어린이가 아닙니다.

‘취침금지!!!’ , ‘취침금지!!!’ 

“나 안 잘 거야. 아빠~ 놀아줘~”   -_-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격리해제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계속 칩거 중이고, 볼일을 핑계 삼아 아이에게서 해방시켜 줄 요량으로 아내가 아이와 함께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아빠를 괴롭힌 것이 미안했는지, 아픈 아빠가 걱정되었던 것인지 나가고 난 후에 보니 이렇게 쓰여 있네요.

가족을 통해 얻은 병이지만 또 가족을 통해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세월호 10 주년입니다.

유족분들의 삶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겠지요. 이 분들에 비하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만으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요.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 힘내십시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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