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동급부 Sep 01. 2024

훈련소 편

프롤로그

1998년 6월 23일, 그녀를 처음 만났다.
다음 달 13일에 입대를 했으니 그녀와 나의 앎은 20일 정도였다. 우리에게 연인이라는 확약도 다시 만나자는 기약도 없었다.
1등 00통, *삼철 훈련병!!!
난 한통도 없는 사람이 나뿐이라 짓궂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이내 내 앞에 20여 통의 편지가 쏟아진다. 청년의 인생에 무시 못할 군대라는 벽 앞에서 체념했던 나와는 달리 그녀는 내가 입대한 그날부터 한통 한통 편지를 써 보낸 것이었다. 입대 당일에 몸이 아파 배웅도 연락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이 아파 집에 전화를 걸어 훈련소 주소를 알아냈다고 한다.

나는 공군 훈련소에서 여자친구가 생겼다.
6주 후 첫 외출에 김포공항에서 나의 도착을 기다렸고, 외출이나 휴가 때면 서울에서 부대가 있는 충주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하고 또 먼 그곳까지 함께와 배웅을 해 주기도 했다. 상병 때는 쪼그려 앉으면 성인 하나 들어갈만한 상자에 갖가지 과자와 빵, 초콜릿 등을 싸 보내주었다. 그것은 그해 헌병대에서 가장 큰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은 자라는 1등의 영예를 또 한 번 안겨주었다.

내게 가장 많은 면회를 왔고 나로 인해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나의 복귀를 어머니보다도 기다린 여인이었다.
 2012년 횟수로 만난 지 15년 만에 처음 만났던 그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브런치북] 삼철이 삼순이 _ 새 나무 中



첫 번째 작품집에서 잠깐 등장했던 아내와의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만남과 함께 입대하였기에 군대에서 주고받은 마음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300여 통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아내가 보내 준 26년 편지들...  여러분들과 함께 꺼내보고자 합니다. 망각이라는 큰 선물 덕분에 제게는 몹시도 궁금하고 설레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짧은 만남에서 연인으로 15년을 함께한 후 부부가 되어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 부부보다 연인이었던 시간이 더 깁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편지들을 찾 몇몇을 읽어보니 그때의 마음들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다시 찾아 오더군요. 아내와 함께 지난 추억들을 돌아보고 이야기하며 더 깊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처럼,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던 때의 추억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좋았던 시간들을 반추해 보시기 바랍니다.


연인 또는 부부라는 관계나 그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시인 칼릴 지브란은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했던가요.

잊었던 그 추억들을 돌아보면, 신기하리만큼 그대로 돌아온 그때의 마음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갔고 기억이 갔고 젊음이 갔을지 모르지만,

사랑은 변함없이 여러분 곁에 있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