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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Dec 01. 2024

이병 편

프롤로그


충청북도 충주시 공군 제19전투비행단 헌병대 경비5소대

제가 군 복무를 했던 곳입니다.


훈련병이라는 말이 익숙했던 시기가 지나고 이병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사실 더 익숙한 호칭은 막내이고 지칭은 쫄따구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표현은 쫄따구 막내일 것 같네요.

한 토론프로그램에서 유명 논객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춥고 자도 자도 졸린 곳이 군대’라고 했지요. 경험을 전제로 한 진심 없이는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해공군·해병대를 통틀어 대한민국 군인 중 가장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춥고, 자도 자도 졸린 이가 바로 쫄따구 막내이지요.


쫄따구 중에 막내인 삼철에게 이 시기는 남들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이 가여운 쫄따구 막내의 유일한 위안은 역시 자칭 애쁜 은경, 깜찍 은경, 깜찍이 소다... 그녀였습니다. 그녀 덕분에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군대의 의미는 각자 다르겠지만, 제대를 하면서 저는 최고의 암흑기 또는 정체기를 보냈고 이런 주저앉은 시간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더군요.



걸음 길


얼마나 갔을까 한참이나 멈춰서 한 발걸음도 채 떼지 못하네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나서서 걷고 걷지만

홀로이 이렇게도 외롭고 나만이 왜 이토록 아픈지


그래도 다른 멈춘 이 손 끌어 잡고 또 때로는 뒤에 오는 이 함께 가야지

뒤돌아 보면 물길이었고 눈 위에 발자국 남아도 녹는 것을

발목이 꺾여서 주저앉아도 가족 그대 곁에 있어



얼마나 갔을까 한참이나 멈춰서 앞 선 걸음들 눈 떼지 못하네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나서서 걷고 걷지만

홀로이 이렇게도 힘겹고 나만이 왜 이토록 더딘지


그래도 다른 멈춘 이 손 끌어 잡고 또 때로는 뒤에 오는 이 함께 가야지

뒤돌아 보면 물길이었고 눈 위에 발자국 남아도 녹는 것을

발목이 꺾여서 주저앉아도 사랑이 그대 곁에 있어



그대들 걸음 길 응원하는 못나고 나이 든 어느 주저앉은 이가




저에게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쫄따구 막내 이병일 때처럼 힘들고 괴롭지 않습니다.

그때의 그녀는 아내가 되어 항상 곁에 있을 아니라 아들인 쭈니까지 아빠를 응원해 주고 있으니까요. 


잠시 사랑을 시작하던 때의 추억에 젖으시기 바랍니다.

또 어떤 이유든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께서 '이병 편'을 읽어 주신다면 조그만 위로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걸음 길'은 가수 주현미 선생님의 2020년 앨범에 '길'이라는 곡의 가사로 수록

뻔했던 노랫말입니다. ^^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아내의 친구 덕에 멜로디를 받아

노랫말을 썼습니다. 수년이 지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적어 봅니다. 


당시는 코로나로 힘들던 때로 위로를 드리고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시는 가수의

상황 등을 고려해 나름 심혈을 기울였지만, 노래가 되지는 못해 가사만 있는 반쪽

입니다.  


아내 친구의 남편(제작자)의 가사로 노래는 완성되었고 멜로디의 제목 그대로 '길'

이라는 곡으로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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