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색으로, 너는 나의 색으로

by 비차

일상에서 누군가가 떠오를 때가 있다.


저 원피스는 딱 보아도 화려한게 그 아이 취향, 저런 주제의 책을 아주 좋아할 애, 저 목걸이는 그 친구 분위기와 닮은 원석이고, 저 다이어리는 그 언니가 가지고 다니면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아. 저 꽃은 걔가 가장 좋아하는 건데. 뚱뚱한 고양이를 유독 좋아하는 그 아이, 네가 좋아할법한 개그 코드. 그런 생각을 하고 살다보니 주변에 무언가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요즘 나는 수민이가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아이멜비의 귀걸이, 츄리가 생일에 선물해준 탄생화 목걸이를 자주 한다. 손목에는 다솜님이 몇 년 전 플리마켓에서 선물해준 비즈 팔찌, 예솔이가 작년에 해외 여행 기념품으로 주었던 실팔찌를 같이 자주 낀다. 다은이가 선물해주었던 양키 캔들을 종종 켜고, 엄마가 선물해준 가방을 매고, 서희 언니가 선물해주셨던 아이섀도 팔레트를 쓰고, 세나 언니가 물려준 원피스를 입는다. 벽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받은 그림이 가득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보라가 소분해준 시넬리에 파레트가 있다. 어제 저녁을 같이 먹은 친구는 먹어보라며 자두 세 개를 비닐에 넣어 주었다.


그렇게 내 주변을 채우는 것들은 거진 너희의 취향이 되었다. 나는 물건에 기억을 저장하는 편이다. 어떤 물건을 보면, 그걸 어떻게 가지게 되었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떠오른다. 그 기억들을 매일 바르고, 입고, 차고, 걸치고 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취향이 확고하다.
자기가 자신의 취향을 선택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이루는 취향들은, 온전히 나만의 취향이라기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취향이고, 내 주변 사람들의 취향은 나의 취향이 되더라. 우리는 고양이가 주인에게 머리를 부비는 방식으로 애정하는 서로에게 각자의 향을 물들인다.


나는 너의 색으로, 너는 나의 색으로. 그렇게 물든 색이 자기만의 색을 고수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고르지 못하고 좀 난잡할 순 있지만, 나는 그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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