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모든 일은

by 비차

힘든 때일수록 일상을 잘 유지해야한다.


그 항상성이 톱니가 되어 맞물리며 일상의 기초를 유지하는 거니까. 때가 되면 일어나고, 일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는 - 일련의 일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는 모두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작은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일상부터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우리의 삶을 끝끝내 계속 굴러가게 하는 것은 반복되는 일과와 주변인들의 다정함, 의식주의 생활이 남아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죽을 것 같아도, 죽고 싶어도, 세상 모두가 내게서 돌아앉은 것 같은 순간에도,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모든 일은 대체로 내가 길에서 문득 본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먹는 걸 막을 수 없다. 공원을 산책하고 짙은 여름 햇살 아래에 눈부시게 흐트러지는 그림자를 보는걸 막을 수 없다. 친구를 불러내어 손을 깍지껴 잡고, 안아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나는 울거나 웃을 수도 있다.


힘든 때일수록 일상의 무엇 하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항상성이 일상을 굴러가게 만들고, 힘든 일을 버틸 단단한 힘을 만들어주니까. 힘들다고 일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더 욕심을 내어야 한다. 어떻게든 멈추지 않고 걸어가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믿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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