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반한다는 건?
이상형이라는 게 뭘까?
첫 눈에 반한다는 건?
그러니까, 성인이 되기 전에 나는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어린 나를 바닥에 닿지 않게 안고 업고 다녔던 아빠. 항상 내 사랑, 내 예쁜이, 내 공주님, 내 똑똑이라고 불러서 날 이름으로 부른 적 없는 아빠. 내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무조건 달래주던 아빠는 내 평생에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이런 것이 사랑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남자만 5형제-남중-남고-군대-공대 루트를 탔던 아빠는 22살에 엄마에게 첫 눈에 반해 몇 번의 고백 실패와 프로포즈 실패를 거치면서도 결국 첫 사랑과의 결혼에 성공했다. 나는 부모님의 로맨스를 아주 많이 들으며 자랐는데 이를테면 새벽에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편도 세 시간을 걸어오며 달맞이 꽃을 꺾어 만든 꽃다발을 가져다 준 아빠의 사연이라던가, 외삼촌이 아빠가 스토커인줄 알고 뚜들겨 쫓아냈다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 아빠의 인생에는 여자라고는 엄마와 나 뿐이었고 아빠는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아빠의 일생을 엄마에게 바칠 수 있고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종종 대자로 팔다리를 펼치고 자는 엄마의 왼팔 구석에서 엄마쪽으로 기대서 몸을 말고 자는 아빠를 보면 저게 참 사랑인가 싶어 우습고 짠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빠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엄마 허리를 껴안고 여보 미안해, 라고 하는 게 당연했고, 엄마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고 하면 아빠에게선 무조건 당신은 참 멋있고 그 말이 옳아, 가 나왔다. 나는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엄마는 늘 내게 너희 아빠는 아빠로서는 좀 부족했지만 남편으로서는 최고였다고, 그렇지만 아빠같은 남자는 아빠밖에 없으니 찾으려 하지 말라고 말하셨다.
지금의 나는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고, 사실 아빠가 좋은 남편이고 아빠일 수 있었던 건 평생에 걸친 엄마의 효율적인 조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크면서 알게 되었다. 난 엄마만큼 노련한 조련사는 못 될 것 같아서.
그렇지만 부모님의 관계는 나에게 은연중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를테면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보다 기준치가 높을 수 있다는 거였다.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만지고 아는 사랑이란 상대를 온전하게 평생동안 인생을 바쳐서 사랑하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어린 연애에서 찾았던 나는 수없이 실망하고 넘어지고 굴렀을 수밖에 없었다. 종종 벌어지는 연인간의 다툼이 내게는 너무나 어색하고 힘들었고, 심지어는 다리털마저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 집 남자들은 다리털이 없다)
내가 먼저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이도록 따라다니고 먼저 연락을 해 꼬시는(?) 일련의 과정조차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니 평생에 한 번 정도는 내가 먼저 사랑에 흠뻑 빠지는, 그래서 그 남자를 꼬시고(?) 쫓아다니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긴 했다.
사람들은 그래서 네 이상형이나 좋아하는 타입이 뭐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제대로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나는 똑똑하고,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존경할만한 모습이 있고, 올바른 가치관이 잘 잡혀 있으며,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이 있고, 열등감이 없고, 이성 문제로 트러블이 나지 않을 사람이 좋지만 그런건 외적으로 알아볼 수 없다. 친하게 지내더라도 모르기 쉽다. 하지만 그 외에 키나 몸무게나 얼굴이나 스타일 같은 것들은 그렇게 중요한가-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다. 물론 나라고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을 싫어하겠냐마는, 그보다 중요한게 내면과 지능에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정말 어렵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
차라리 키가 175를 넘고 몸이 탄탄하고 스타일이 댄디하고 강아지상인 나이 차이는 4살 안팍의 명문대 출신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훨씬 쉽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좋아했던 이전까지의 경험들을 복기해보면 외적인 것의 영향은 그만큼 크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렇게 외모와 조건으로만 이상형을 말하면 그게 정말 '이상적인 연인'이 성립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 친한 친구들은 대체 네가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자주 말한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그렇듯 내게 잘해주고,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맞는데, 그 외 만났던 사람들에게 무언가 공통점이 있느냐 찾아본다면 키도 생긴 것도 참 다양했고, 하는 일도 다 달랐고, 성격도 다 달랐고, 가진 것도 배움의 정도도 다 달랐고, 그냥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내가 "이 사람이 나를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만 닮았던 것 같다.
만남에 있어 중요시하는게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첫 눈에 반한다'거나 외모를 보고 '먼저 좋아하고 알아간다'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그게 가능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너무 궁금하다.
아무튼 그래서 여러분의 이상형은 무엇이고
왜 그런 이상형이 생긴 것인가요?
이상형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