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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Aug 09. 2024

꽃 집을 팔았다

오픈 한 지 1년 2개월, 애정하던 꽃 집을 팔았다.

첫 공간이었던 만큼 애정과 집착이 공존했다.


"최소 3년은 버텨야지.

무슨 1년만 해보고 한계를 느끼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방산시장 3층 꽃 집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까지 시간과 돈에 대한 비용이 계속 들었다. 상권자체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으며, 연령대 또한 높으며, 좁은 계단을 올라와야했다.


루프탑이 있는 3층은 나에게 낭만적이었지만,

고객에게는 그렇지 않은 공간이었다.


시작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부라 생각했던것을 포기해야 할 때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여름에 무덥고, 겨울에 한없이 춥던 그 공간에서 버텨가며 이제는 정말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놓아줘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왜 팔았어요?


한계가 느껴졌다. 복합문화공간이라 생각했던 공간은 그저 불편한 3층 꽃 집이었고,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저 여러모로 부족한 꼬마 사장이었다.



•3개월은 설렘 그 자체였다. 생각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고, 텃밭을 가꾸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4-6개월은 내가 만든 꽃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고, 내 공간에서 지인들을 대접하는 것이 참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7-10개월은 스스로 부족한 점들이 하나둘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았다. 협업도 해보고, 인테리어도 바꿔보고 여러 가지를 보완하고 수정했다.



•11-14개월은 슬슬 힘이 들어간다. 경제적인 압박이 생겼다. 이거 저거 시도는 하는데, 계속 돈이 들어가야 하는 일만 생겼다.


나만의  공간을 갖는 일은 행복하다. 하고 싶은 대로 인테리어 하고, 눈치 볼 것 없이 일할 수 있어서 편안하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실현시킬 수 있고, 고객 반응을 직접 보는 것에서 창업은 정말 매력적이다.


하지만, 25살 어린 나이에 시작한 창업은 냉혹했다. 회사 생활 경험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뛰어들었던 나는 먹을 것이 없는 바다에 던져진 물고기 같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험과 공부가 부족했던 것


처음 꽃으로 명상을 쉽게 풀어보자는 취지였으나 그것을 아이템에 풀어내지 못했다. 단순 꽃 집으로는 운영하지 않아야겠다고 하던 말과는 달리 보통의 로드샵 꽃 집과 다를 게 없었다.


1인 창업가는 혼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마케팅, 세무, 제작, 관리 등. 내가 꽃을 예술적으로 아주 잘 만드는 것도 아니었으며, 명상 전문가도 아니었고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던 것


창업은 자아실현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필요한 것을 내놓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였을 뿐, 고객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한들, 고개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돈을 못 벌어도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돈이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팔아서 수익을 만들고, 이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순서가 잘못됐다.



• 재무 관리


꽃은 변동성이 크고, 마진율 계산이 쉽지 않다는 핑계로 엑셀에 정리하거나, 매출 관리를 하지 않았다. 또한 투자라는 명목 하에 인테리어를 하는 데 쓰는 등 지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모든 사업은 결국 숫자가 말해준다. 나는 마진이 어떻게 되냐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회계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템/공간적인 한계 


루프탑이 있어서 모임, 파티도 하고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했으나 꽃을 사러 온 고객에게는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3층까지 올라오는 계단은 좁고 불편했고,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꽃은 특별한 날 / 선물을 하는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외국과 달리 일상 속에서 소비되는 문화가 크게 자리 잡혀 있지 않다. 또한 가격도 저렴하지 않으며, 재구매 주기도 길다.



애초에 꽃은 웨딩/프러포즈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고객을 설득시켜야 하는 아이템이다. 심지어 꽃을 하는 나 또한, 꽃 집에서 선뜻 5만 원을 지불하기가 쉽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

Q.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꼭 ‘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치유, 명상을 하고 싶은 것인지? 꽃을 하고 싶은 것인지?


Q. 꽃 집 대표가 하고 싶은 것인지,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은 것인지? 대표는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을 하는 역할이다.



이제 창업 접는 건가요?


창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꽃으로 쓰담은 유효하다. 다만 오프라인 공간을 없애고 온라인화 시켰을 뿐이다. 기존과 동일하게 예약을 받아서 주문 제작 하는 시스템이다. 워크인 고객만 받을 수 없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꽃은 사랑스럽다. 1년 정도 매장을 운영하며 부족했던 점을 인지했고, 사업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영방식의 변화]

•예약 우선제 -> 100% 예약제

•워크인 -> 퀵/픽업

•오프라인 클래스->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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