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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Aug 09. 2024

비워내야 채워지는 것들

드디어 3년 살았던 원룸을 떠난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는 다짐이 있었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이사'였다.


이번 이사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1. 묵은 짐 정리하기 2. 작업 공간 만들기. 한 번쯤은 묵혀뒀던 것을 크게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꽃 집에 있던 짐들을 4평 원룸에 욱여넣은 터라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묵은 짐들을 버리고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고 싶었다. 생각하기에 가장 강력한 방법이 이사였다.


짐을 정리하면서 참 많은 물건을 버렸다.  개인적으로 택배 상자도 언젠가 쓸 데가 있지 않을까라며 모아둘 만큼 짐을 잘 못 버리는 성격이다. 이번 기회가 나름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서 과감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1년 이상 안 입은 옷들을 버리고, 마음 한편에 미련처럼 남아있던 공시 교재도 버리고, 묵은 짐들도 버렸다.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할 만큼 많은 짐들을 버렸는데, 그럼에도 짐이 참 많았다. 나 진짜 맥시멀리스트인가.


근래는 내 주변을 많이 비워낸 것 같다. 신기하게도 비워낸 공간만큼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사람도, 물건도 비워내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수 있다.



혼자 서울살이를 하는 나는 왜인지 '나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있다. 학교 때문에 20살에 상경해서 기숙사부터 단기임대까지 이곳저곳 옮겨 다니기 바빴다.


1년 이상 머무른 곳이 없어서인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물건, 그리고 저렴한 가구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도 이번 집에는 코로나 때 들어왔다가 3년 이상 머무른 최초의 집이다. 나름 베란다와 다락방도 있던 알찬 우리 집.


이제 서울 살이가 7년 차인데, 내내 중구에서 지낸 터라 여기가 나의 나와바리였다.


집에서 10분 전에 나와도 학교 지각을 하지 않던, 서울 어디든 30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한 충무로는 참 매력적인 동네다.


그런 충무로를 처음으로 벗어난다.


막상 오랜 동네를 떠나 나름 낯선 동네로 가려니 시원섭섭하고,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주거 환경과 생활 반경이 바뀌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변화다.


남산타워가 잘 보이던 곳에서 더 잘 보이는 곳으로.



혼자 사는 데 왜 투룸이냐고?


1. 짐과 마음가짐 정리

개인적인 물건들과 꽃 집 짐까지, 용달 기사님이 4인 가족 아니냐며 놀라실 정도로 짐이 많다.

이런 짐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집이 필요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인만큼 다시 마음 가짐을 다지기 위함이다.


2. 작업 공간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를 했지만, 창업을 이어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꽃을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예약을 받아서 상품을 제작하거나, 출강 준비를 하거나 집에서도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유튜브 촬영

앞으로는 활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고 싶다.

다양한 모습을 촬영할 공간이 필요했다.


투룸인 만큼 월세가 올라갔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했으니 그 비용을 집에 더 투자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럼에도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직장인처럼 고정비용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나름의 환경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월세를 감당해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벌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공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변명이 없다.


비워낸 만큼 어떤 것들로 채워나갈지 기대되는 8월이다. 잘 부탁해. 노을이 예쁜 나의 집 :)


요즘따라 무기력하고, 정리가 안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한번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작게 방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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