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척>의 명수, 검은머리물떼새

by 서서희

<아닌 척>의 명수, 검은머리물떼새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영종도 가기 전 왼쪽에 있는 섬, 운염도

비포장도로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새들 지저귀는 소리만

검은머리물떼새 하늘을 날고

흰목물떼새 아장아장 걷는다


조금 높은 언덕 위 텐트 치고 앉으니

사방은 탁 트여 새소리와 비행기 소리뿐

여기는 검은머리물떼새

저기는 흰목물떼새

나중에 날아온 꼬마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얼른 날아올라

둥지를 숨기고자 먼 곳에 가 앉는다

언덕을 내려가 여기가 둥지다, 까꿍

엉뚱한 곳에 가서 둥지인 양 알 품는 시늉

그러다 멀리 날아가 제 둥지 없는 척 먹이를 찾고

한동안은 다리를 디친 양 절름거리며 의태 행동을 한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별난 행동

이번에는 둥지 멀리 먹이를 먹는 척 한참을 돌다가

제 둥지 찾아와 알을 품고 앉는다

그러기를 여러 번

세 걸음쯤 옆에는 작은 알 세 개, 흰목물떼새 둥지

두 새들은 자기 새끼 들키지 않으려

남의 둥지 근처만 배회한다

내 새끼는 없는 척, 남의 둥지 근처만


오늘은 검은머리물떼새 수컷이 안 보인다

흰목물떼새는 암수 두 마리 정답게 놀다 가는데

검은머리물떼새 홀로 알을 품는다


영종도 가기 전 운염도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들의 별난 행동

인간보다 더 절실해 보이는 물새들의 몸짓

새들에게 한 수 배우고 집으로 향한다


검은머리물떼새4.jpg 포란 중인 검은머리물떼새
흰목물떼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