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뜸북뜸북 뜸북새라 했는가

by 서서희

<누가 뜸북뜸북 뜸북새라 했는가(운문)>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뜸부기 만나러 공릉천 간 날

잔뜩 낀 안개에 안개비까지

뜸부기 못 찾고 돌아가려다

아는 분 만나 다시 더 찾기로


나는 자전거, 남편은 탐사

열심히 타는데 다급한 전화

가보니 논둑 위를

오르락내리락

빨간 벼슬의 검은 새 한 마리

닭 같이 생긴 검은 새 한 마리


가까이 부르느라 틀어놓은 녹음기엔

"꺽, 꺽, 꺽..."

소리 듣고 반응하는 뜸부기도

"꺽, 꺽, 꺽..."

'꺽'으로 들리는 동요 속 '뜸부기'

분명 "뜸북"은 아닌 듯

누가 '꺽'을 '뜸북'이라 했나


모두들 돌아간 공릉천

퇴근시간 지나면 가자고 느긋이

남편은 뜸부기, 나는 드라마

어디선가 나타난 또 한 마리 뜸부기

한 화각에 두 마리 들어오길

유인하려 튼 뜸부기 녹음 소리


갑자기 상황 돌변

두 마리 날개 펴고 험한 자세로

"야, 너 저리 가. 내 거야!"

"뭐야, 내가 먼저야! 내가 더 멋져!"

상황만으로도 보이는 뜸부기들의 몸짓과 싸움

녹음 속 암컷, 격렬한 싸움

한 마리는 줄행랑, 또 한 마린 의기양양

어두워진 공릉천 나오다 돌아보니

어느새 평화로운 한 마리 뜸부기만


정체만 피하자는 느긋한 마음이 오늘의 행운으로

웃음이 절로 나는 뜸부기들 힘 겨루기

내세울 게 없으면 어깨에 힘주고 소리부터 커지는

인간사 싸움과 다를 바 없구나


글 쓰는 사람이 갖춰야 할 자세

내 귀에만 '꺽'인지

'팩트 체크'해 보기로

꺼진 불 다시 보듯, 새소리도 다시 확인


'뜸북'인가 '꺽'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즐거운 공릉천

동요 속 그 뜸부기


힘겨루기를 하는 수컷 뜸부기 두 마리
DSC_4860_00001.jpg 수컷 한 마리가 수세에 몰리고 있는 모습



<누가 뜸북뜸북 뜸북새라 했는가(산문)>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오빠 생각’이란 동요다.


귀하다는 뜸부기를 만난 그날은 안개가 잔뜩 끼고, 안개비까지 온 날이다.

공릉천을 돌면서 오전 내내 뜸부기를 찾았다. 돌아가려는 찰나에 뜸부기를 찾아 나왔다는 남편의 동료 사진사들을 만났다. 점심을 먹고 남편은 더 돌아보기로 하고, 나는 자전거로 공릉천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왕복 2시간 열심히 운동하고 돌아오는데, 뜸부기를 만났다는 전화가 왔다, 빨리 오라고... 자전거를 놓고 얼른 달려가니, 논둑에 빨간 벼슬의 검은 새 한 마리가 희끗희끗 보인다. 검은 닭 같이 생긴 게 올라왔다 내려갔다...

새를 가까이 오게 하기 위해 새소리를 틀어 유인하고 있었다. 녹음 소리로 들리는 건 암컷 소리인지, 뜸부기가 반응을 하긴 하는데 가까이 올 생각은 안 한다.

“꺽, 꺽, 꺽...”

내 귀에는 ‘뜸북’이 아니라 ‘꺽’으로 들린다. 누가 ‘뜸북’이라 했는지 따지고 싶다.

그래도 귀하다는 뜸부기를 멀리서라도 찍어 다행이라며 다른 사람들은 일찍 돌아갔다. 남편과 나는 지금 가면 퇴근시간에 걸리니 조금 더 찍다 가자고 느긋하게 있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나는 핸드폰으로 드라마나 보고...

한 시간 이상 지나자 어디서 한 마리가 더 나타난다. 서로 멀리서 각자의 먹이활동을 하면서 다니고 있다. 우리는 한 마리 보기도 힘든데, 두 마리나 보니 신기해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한 화각에 두 마리가 다 들어오면 좋겠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뜸부기 소리를 틀어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얌전하던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험상궂은 동작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더니 싸우기 시작한다. 정말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야, 너 저리 가. 내 거야!”

“뭐야, 내가 먼저 왔단 말이야!”

“이것 봐, 내가 더 멋지지 않냐? 어디 덤벼 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격렬한 싸움 끝에 한 마리는 줄행랑을 친다. 날도 어두워져 더 이상은 찍을 수 없겠다 싶어 소리를 끄고 돌아 나왔다. 뒤돌아 보니 다시 평화로운 풍경이다.

며칠 전에 왔다가 못 만나고 돌아가고, 오늘도 벌써 다른 곳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다림 끝에 정말 보기 드문 장관을 보았다. 퇴근시간만 피하자는 느긋한 마음이 오늘의 행운을 가져왔나 보다. 얌전한 뜸부기도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어깨에 뽕을 넣은 듯 날개를 펼치는 힘겨루기를 하는구나. 사람도 내세울 게 없으면 어깨에 힘을 주고 큰 목소리로 힘겨루기를 하는데...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뜸북뜸북 뜸북새는 아니라는 사실, 이거는 좀 의외였다. 찾아보니 ‘오빠 생각’은 1925년 발표된 동시에다 곡을 붙였다는데... 이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만 그렇게 들리는 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의 자세, ‘팩트 체크’

다시 한번 명심하자!

아,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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