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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서희 Dec 21. 2022

팥죽을 쑤며...

- 동지 팥죽, 대보름날 오곡밥

팥죽을 쑤며...

- 동지 팥죽, 대보름날 오곡밥


글 서서희


내일이 동지다. 내일은 약속이 있어 오늘 팥죽을 쒔다. 

어제 팥을 1kg 사서 물에 불렸다(어느 블로그에서 보니 팥 색깔이 빠진다고 물에 불리지 않고 그냥 삶는다고 한다. 나도 내년엔 불리지 않아야겠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팥을 건져 큰 솥에 넣고(혹시나 돌이 있을까 하여 조리질을 했지만 돌은 없었다) 물을 조금 붓는다. 한 번 끓여서 물을 버리고(팥을 그냥 쓰면 배탈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다시 물을 넉넉히 붓고 오랜 시간 끓인다. 팥이 물렀는지 보면서 1시간 정도 끓인다. 

팥이 물렀으면 불을 끄고 식혔다가 물(누구는 1리터 정도라고 하는데 팥의 양에 따라...)을 붓고 믹서기에 곱게 간다. 간 팥을 큰 그릇에 담고 가라앉힌다. 팥 앙금은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이 생긴다. 맑은 물을 따로 덜어내어 그 물에 불린 쌀이나 찹쌀을 넣고 죽을 쑨다. 죽을 쑬 때는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저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쌀이 풀어져 죽이 되어갈 즈음 팥 앙금을 천천히 섞어주면서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한다. 

찹쌀가루로 익반죽을 해서 새알심을 만들기도 한다. 새알심은 끓는 물에 넣어 익혀서 고명으로 얹기도 하는데 오늘 새알심은 실패했다. 찹쌀가루를 사야 하는데 찹쌀을 사서 믹서기로 갈았더니 곱게 나오지 않았고, 익반죽이 너무 되게 되어 끓여도 딱딱한 새알심이 되고 말았다. 처음 만드는 새알심이라... 내년에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팥죽을 해서 넉넉히 돌리려고 했는데 팥의 양을 잘못 계산했다. 팥을 파는 단골 아주머니께서 1kg면 양이 충분할 거라 하셨는데 식구가 많다는 걸 모르셨을 테니... 형님댁, 도련님네, 이제 혼자 남으신 동서네 친정어머님, 내 친정오빠네, 분가한 딸네, 우리... 내년에는 1kg는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머님을 닮아 손이 너무 큰가? 

올해로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3년이 됐다. 어머님 모시고 30여 년을 살면서 배운 게 많다. 정월 대보름이면 오곡밥과 나물을 해서 딸네집(딸 시어머님 생전에도), 둘째 아들네, 큰아들 장모댁, 둘째 아들 장모댁까지 챙겨 보내셨다. 초복 중복 말복이면 삼계죽을 쒀서 불러다 같이 먹이기도 하고 못 오면 싸서 보내기도 했다. 가을이면 1년 먹을 쌀을 사서 집집마다 보내시고 동지 때도 팥죽을 쒀서 보내셨다. 

워낙 손이 크시기도 했지만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니까 어머님이 좋아서 하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어느 결에 어머님을 닮아가고 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정월 대보름 오곡밥과 나물, 동지 팥죽만큼은 만들어서 같이 나눠먹으려 하고 있다. 그게 어머님이 해 주신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어머님과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나만의 방법, 그리움?

어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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