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를 이어준 것은 벚꽃이다
벚꽃이 팔할을 했다
완연한 봄의 밤. 따뜻한 열기가 느껴지던 까만 밤.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은 내 마음과 같았다.
옥수수 알들이 전자레인지의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바박 튀어 버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따스한 봄 에너지에 저항하다 결국 탁 하고 피어버렸다.
몽글몽글한 솜사탕처럼 팝콘처럼 하얗게 피어버렸다
봄바람에 날리는 건 벚꽃 인지 내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는데 취해있었고
벚꽃은 향기가 없는데 나에게 네가 묻어있었다
이제 가녀린 꽃잎을 밀어내고 무성히 자랄 녹색잎을 기대하게 된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고 녹음으로 무럭무럭 자랄 너
장대비 속에서도 물놀이를 하며 싱그럽게 노래를 할 너
잎이 다 떨어지고 다시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도 너를 상상한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고 흐드러지게 필 하얀 벚꽃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