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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7. 2022

독일에서 택배 반송해보기

 

박스는 크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나는 마트에서 살 물건들은 마트에서 사고 대형마트를 가거나 사기가 어려운 것들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는 독일어로 검색하면 되고 워낙 요즘은 정보들을 자세하게 해 두니 원하는 물건을 편하게 살 수가 있었다. 내가 반품하기 까지는 그랬다.

  처음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반품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서 사기 전에 아주 꼼꼼하게 물건들을 확인했었다. 그동안은 괜찮았는데 지난주 산 물건이 물건의 길이를 잘못 알아 잘못 체크하는 바람에 물건이 잘못 왔다. 이건 그냥 쓸 수가 없어 반품을 하기로 했다. 사실 그냥 쓸까 고민도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반품도 해보기로 했다. 독일어 검색을 하고 반송 처리를 누르니 반송이 되었다. 사실 내가 반품을 클릭하기 전까지 한국처럼 반품을 택배 올 때 가져가는 줄 알았다. 독일은 내가 직접 물건을 가지고 택배업체로 가야 했다. 이런.. 나는 얼른 지도를 검색해보았다. 우리 동네는 시내에 위치해 있어 사실 걸어서 나가면 갈 수 있는 곳이 참 많다. 나같이 운전 못하는 사람에겐 최적화된 동네이다. 다행히 지도를 검색하니 우리 동네 역 근처에 Packet Shop이 있었다. 택배를 반송하려던 지난주는 계속 독일의 바람이 너무 세서 외부로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라는 안내 문자까지 있어서 집에 있었는데 이렇게 큰 박스를 집에 두는 것도 그렇고 생각보다 들었는데 안 무거워 나가 볼까 생각을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달까지 반송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고 했지만 성격상 한 달을 갖고 있을 성격은 되지 않고 바람이 그나마 조금 부는 날을 선택했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장갑을 끼고 Packet Shop으로 향했다. 나가면서 사실 아침에 살짝 내린 비가 약간 걱정되었는데 비도 안 오고 해서 모자를 쓰고 나갔다. 독일은 정말 비가 많이 내린다. 갑자기 내리다가 멈추고 그래서 이젠 날씨에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차라리 모자를 쓰고 나간다. 아니다 다를까 역 근처를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낭패였다. 바람도 꽤 불었다. 돌아갈까 하다 돌아가는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 빠른 걸음으로 Packet Shop으로 향했다.

반송되면 이렇게 스티커를 준다.

  우리 동네 역 근처는 Packet Shop이 있는데 터키 사람이 하는 곳이었다. Packet Shop으로 들어가려니 앞에 터키 아저씨들이 많았다. 나는 Guten Tag인사를 하고 Packet Shop안으로 들어가서 Ich möchte es zurückgeben.(나는 반품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아마존에서 보낸 메일에서 온 QR코드를 보여주니 체크가 되어 반송처리가 되었다. 너무 기뻤다. 터키 아저씨는 나의 zurückgeben 발음을 친절하게 다시 알려주었다.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나의 발음을 교정해주고 반송까지 되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대화를 길게 할 수 없다. 반송되고 처리까지 스티커를 줬다. 스티커를 받고 Danke schön이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스티커를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터키 아저씨랑 이야기를 했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글을 쓰면서 너무 웃기다.

  이제 반품 방법까지 알았으니 이젠 택배가 잘못 와도 걱정을 안 해도 될 거 같다. 나이 40에 독일에서 하나하나의 성공사례에 혼자 뿌듯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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