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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n 05. 2022

딸들의 누룽지 사랑

찬밥의 변신

  나는 방금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그러다 보니 식사 준비를 할 때 가족 수에 맞춰 밥을 하는데도 어떤 날은 밥을 많이 해서 꼭 남을 때가 있다. 그럼 그런 찬밥들은 냉장고에 잘 모셔두었다가 다진 야채와 고기를 넣어 볶아서 볶음밥을 해주면 딱이다. 볶음밥에 계란 프라이까지 올라가면 맛도 맛이지만 영양분은 골고루 들어가니 야채 다지는 게 귀찮아서 그렇지 자주 해주곤 하는 음식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들이 찬밥으로 누룽지를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들어왔었다.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님이 누룽지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누룽지 사랑은 남다르다. 따뜻하게 방금 한 누룽지를 과자처럼 먹거나 물에 팔팔 끓여서 누룽지를 넣어 먹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그럴 거면 그냥 밥에 물을 끓여서 먹어도 될 거 같은데 그럼 맛이 다르단다.   

  나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니 찬밥도 냉장고에 있겠다 맛있게 해 놓겠다고 약속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보냈었다.


  

누룽지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이번 주부터 독일어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일주일에 4번, 하루에 3시간을 다니니 생각보다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 그래도 하루 쉬는 날이 있어 이런 날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나 김치같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음식들을 해두어야 한다.  

  학원 쉬는 날이 딱 누룽지 하기 좋은 날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찬밥을 꺼냈다. 유튜브에 나오는 대로 프라이팬에 찬밥을 2 숟갈 넣고 물을 조금 부어 중 약불에 넣고 기다리면 된다. 타이머를 10분까지 맞춰놓고 기다렸다. 누룽지는 기다림의 음식이었다. 노릇노릇 잘 구워줘야 뒷면으로 넘길 때 잘 넘겨지는데 누룽지를 처음 해보니 음식 고수들처럼 바로 되지 않았다. 몇 번의 실수 후 동그란 누룽지가 완성이 되었다. 누룽지는 기다림의 음식이었다. 누룽지가 뒤집다 부서지면 조각을 미리 내서 누룽지 끓여먹는 용으로 담아두고 동그랗게 잘 된 누룽지는 바삭바삭하게 과자로 먹을 수 있도록 보관을 해두었다.    

  나는 이왕 음식 하기로 시작한 거 독일 마트에 파는 양 파파 속을 사 와 파김치까지 완성했다. 누룽지를 따뜻한 물과 함께 끓여 파김치와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을 거 같았다. 내가 먹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파김치도 지난번 실수를 만회하고 이제 가족의 입맛에 맞는 파김치를 완성했다.  

따뜻한 누룽지에 파김치라... 생각만 해도 좋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누룽지 냄새가 난다며 좋아했다. 아이들은 누룽지 과자도 맛있고 끓여먹는 누룽지도 맛있단다. 잘 만들었다며 먹는 내내 칭찬을 해줘서 앞으로 찬밥을 만들어서 해줘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되기도 했다.   

  나는 독일에 와서 그동안 아침에는 건강을 위해 귀리 우유와 귀리를 먹여서 보냈는데 아이들에게 누룽지를 만들어 준 이후에는 아침마다 누룽지를 끓여서 먹여 학교를 보내고 있다. 누룽지를 만들 때는 기다리는 시간이며 불 앞에서 익었나 안 익었나 확인을 하고 있어야 하니 번거롭지만 가족들 모두가 좋아해 주니 해볼 만한 음식인 거 같다.

  나도 오랜만에 누룽지를 먹었더니 누룽지의 고소한 특유의 맛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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