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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un 12. 2022

독일에 와서 음식 고수가 되었다.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독일은 한국처럼 반찬으로 김치를 먹는 나라가 아니다 보니 독일 마트에 가도 배추가 많지 않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마트에는 아예 팔지 않고 15분 정도 걸어가서 나오는 마트에 가면 배추가 있긴 한데 한국처럼 많이 파는 것도 아니다. 5~6개 정도 판다. 그렇다고 배추가 크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독일에 와서 본의 아니게 한 달에 한 번 김치를 하고 있다. 나도 이렇게 김치를 매달 담그게 될지 몰랐다.

  6개 정도 배추를 사서 맛김치를 담그면 한 달이면 끝이 난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김치를 좋아하는지 독일에 와서 알았다. 아이들은 김치전, 김치찌개, 김치볶음밥까지 김치가 들어가는 건 다 잘 먹는다. 그만큼 아이들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달 배추를 사서 맛김치를 하다 슬슬 배추 절이기에 자신감이 붙을 때쯤 이젠 나도 포기배추를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포기배추나 맛김치나 다 똑같다고 편한 걸로 하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독일에 와서 나는 한국에서 직장에서 일을 했던 에너지를 가족들을 위한 요리와 독일어에 쏟고 있다.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엄마 오늘 학원 쉬는 날이니 너희들이 집에 올 때 엄마가 포기배추로 김치를 만들어놓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의 말에 비장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소금물을 미리 만들어놓고 나는 독일 마트로 출발했다. 독일 마트에서 집에 없는 김치재료들을 사 왔다. 김치재료들이 무거웠지만 빨리 가서 김치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전날 김치 절이는 방법을 공부까지 해놨다.  

  집에 와서 나는 배추를 깨끗이 씻고 1/4 등분을 해서 소금을 배추 속에 뿌리고 소금물에 7시간 정도 절였다. 독일 마트에 파는 배추는 한국 김치처럼 속이 꽉 차 있지 않다. 그래도 독일에서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게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도 채로 썰어 놓고 파도 많이 잘랐다. 사과, 양파, 생강, 마늘 등을 손질해서 약간의 밥과 함께 갈아 김치 속을 준비했다. 포기배추 절이는 건 처음이라 시간을 맞춰놓고 한 번씩 뒤집어 골고루 배추가 잘 절여지도록 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따뜻한 누룽지도 해놓고 고깃국까지 끓여놨다. 정말 앉아보지 않고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놨다.  

  김치가 완성되고 부엌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난다면서 엄마 김치를 만들었냐고 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얼른 손만 씻고 오라고 하고 저녁을 챙겨주었다. 아이들은 진짜 맛있다며 포기배추가 맛김치보다 더 맛있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이반 김치는 대 성공이다. 이제 김치에 자신감이 붙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독일에 와서 음식 고수가 되어 가고 있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도 그런 거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나에게 엄마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사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독일에 오자 마자 독일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모르면 영상을 보고 배워서 해준다며 칭찬을 해줬다. 나이가 들어도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한국에 가면 이렇게 요리를 매번 못 해주겠지만 독일에 있을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맛있게 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냉장고에 김치가 3통을 넣으며 한 달 동안은 가족을 위한 김치요리를 원 없이 해줄 수 있을 거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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