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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18. 2022

독일어 학원에 자판기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친구와 대화 

  우리 학원에 자판기가 생겼다.


  우리 학원에 커피 자판기가 하나 생겼다. 나는 수업 중 마실 물과 커피 등을 보온병에 싸 갖고 다니지만 가끔은 단 커피가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우리 학원 1층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여기서 파는 커피는 1유로 60센트이고 학원밖에 있는 카페의 커피는 3유로인데 이번에 생긴 자판기는 80센트이니 다른 곳보다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커피 한 잔에 80센트이면 한화로 1,100원 정도 하니 이것도 싸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싼 편이니 특히 나를 포함한 독일어 학원 친구들이 자판기가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다 약속이나 한 듯 자판기 앞에 서 있는다. 다들 80센트를 맞춰 들고 서있으니 복도에 동전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우크라이나 친구와의 대화 


  나도 자판기가 생겼으니 쉬는 시간에 커피를 한 잔 한 번 마셔봐야지 하는 생각에 줄을 섰다. 그러다 내 앞에 나랑 같은 반에 있는 우크라이나 친구가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에 올라간 B1.1반에 새로 온 친구인데 독일에 와서 대학교 2학기를 온라인으로 졸업했다고 했다. 독일을 온 지 6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독일어로 회화를 너무 잘해서 참 부러웠다. 나는 커피를 빼고 우리 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니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과 기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로 온 친구들이 말을 다 잘한다. 나는 그나마 쓰기를 잘하는 편이지만 독일어로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하다 나는 3년 뒤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돌아갈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건 좋다고 했다. 새로운 나라에 오는 건 쉽지 않다며 먹는 것이며 언어가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대화를 한 날 하루 전 날 우크라이나에 공격이 가해졌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 친구와 키이우 이야기를 하며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자기는 할머니와 엄마랑 같이 독일에 온 지 6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영어를 전공했는데 지금 다시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자 나는 너를 처음 보고 참 예쁘고 똑똑한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자 고맙다고 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나에게 돌아갈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말할 수 있는 나의 모국어를 쓸 수 있는 나라, 귀를 기울이지 않고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곳, 굳이 내가 음식을 적응하지 않아도 편하고 익숙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

  나에게 돌아갈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얼른 전쟁이 끝나서 우크라이나 친구들이 자기 나라에 마음껏 돌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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