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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Nov 21. 2022

우리 인생에 베테랑은 없다.

  지난주 수요일은 우리 독일어반의  선생님 한 분의 수업 시간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친구들은 화요일에 선생님께 같이 종결 파티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선생님은 수업 진도를 마무리해야 하니 그럼 너희들에게 숙제를 많이 내줘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알았다고 숙제를 많이 해오고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각자 무엇을 갖고 올 지 우리 단톡방에 문자를 보내고 준비하기로 했다.




  친구들 앞에서 울어버린 외국인 친구
독일어 학원을 다니며 전 세계 음식을 먹어본다.

  친구들은 각자 케이크, 빵, 커피, 각 나라 음식 등을 준비해 와서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외국인 친구가 한 명 한 명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자기를 잊지 말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우리 반에서 항상 멋쟁이인 독일 생활 9년 차인 외국인 친구인데 (친구라고 해도 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 내가 처음 학원에 왔을 때 계속 말을 걸어주고 즐겁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친구였다.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 때 나는 독일 생활 7개월 차에 접어들 때라 독일에서 9년 살았다고 하니 베테랑처럼 느껴졌다. 독일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 보였고 운전도 하고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다니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독일 생활을 하는 이 친구가 멋져 보였다. 더구나 독일어 문법은 틀리지만 말도 빠르고 영어랑 독일어를 섞어서 말하는 데 부러웠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다 내 순서가 되더니 나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가도 자기를 잊지 말라며 한국에 가서도 우리 친구들 이야기도 해주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알았다고 웃으며 화답을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울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독일에서 혼자 9년째 살고 있다 보니 자기에게 독일어 학원 친구들은 가족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유독 이 친구가 우리 단톡방에서 말을 제일 많이 걸어왔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친구는 힘들고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독일어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독일어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도 잊지 못할 거라면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지금까지 독일에서 400일 넘게 살면서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하고 좌절될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고 아이들이 격려해주고 그 힘으로 지금껏 잘 지내고 있었던 거 같다.  그 친구는 그런 가족이 자기 나라에 있으니 독일어 학원에서 만난 우리가 가족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다. 갑자기 이런 고백을 한 친구가 우는데 나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나이가 드니 주책맞게 눈물이 나온다.  

  



 인생의 베테랑은 없다.

   나를 비롯한 독일어 학원 친구들은 외국인이다 보니 독일에서 9년을 살았던, 1년은 살았던 내 나라가 아닌 이상 적응의 시간이 많이 필요했었던 거 같다. 나는 9년을 살면 지금보다 언어도 잘 되고 독일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질 테니 독일 생활의 베테랑이 되어 두려움이나 외로움 따위는 없을 거 같았다. 그러나 이날 친구의 고백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에서 베테랑은 없다. 그저 지내온 시간에 익숙해지고 베테랑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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