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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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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Oct 07. 2021

Entschuldigen Sie.

Entschuldigen Sie.

각자 자기가 먹을 짐을 담을 가방을 들고 큰 장바구니를 하나 구매했다. 당당하게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우리 큰 딸.

  약 11시간의 비행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시차적 응이라는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우리는 당장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심지어 나는 운전면허를 21살에 땄음에도 불구하고 18년 동안 장롱면허라 아직도 운전을 잘하지 못해 집에서 구글 지도에서 도보 시간을 확인하며 아이들과 걸어갔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쉽지 않고 더구나 아주 기본적인 독일어 구사와 단어를 조합해서 말할 줄 아는 기초적인 단계여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운전 못하는 나랑 다닐 때면 항상 걷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던 터라 걷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낮시간이라 그런지 독일이라 그런지 동네는 엄청 조용했다. 구글 지도를 켜고 안내하는 대로 걸어갔다. 우리가 원하는 마트가 나오고 정말 20분을 넘게 걸어간 보람이 있었다. 당장 먹을 그릇을 갖고 오지 않아서 그릇을 사러 갔는데 역시나

독일은 주마다 지역신문이 동네에 있어 여기서 어느 마트가 싼 지 비싼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그릇은 있지 않았다. 비슷하게 생긴 그릇을 구매하고 물건들을 사고 오는 길에 신문들이 있어 한 부 가져왔더니 안에 마트별로 할인하는 물품들과 날짜가 있는 전단지가 나와있었다. 양파와 감자 등 이런 채소나 과일 등을 제외하고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역시 유럽이구나 싶던 차에 이런 전단지는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독일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음식물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 등을 한 달에 2번이나 한 번만 가져가기 때문에 신문지가 집에 있으면 아주 유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으려다 전단지를 보고 너무 기뻤다.





  생소한 마트 구조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는 독일어다 너는 없고 아이들은 슬러시를 먹고 싶다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계속 Entschuldigen Sie.라는 말을 하며 물어봤다. 그 와중에 큰 애는 엄마 독일어 잘한다고 칭찬을 하니 민망하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도 되었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되지 않아 독일어 단어를 모르는데 핸드폰으로 찾을 수도 없고 정말 아이들 앞에서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손발을 써가며 물어보고서야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었다. 독일어를 잘하고 싶으나 말이 안 나오는 이 상황에서 그동안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로 스트레스를 준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려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한 여성 계산원 이 나에게 마스크가 다르게 생겼다에서부터 딸들이냐. 예쁘게 생겼다 등등 이야기를 하다 Ja. Meine Tochtern. 한마디 하고 말을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웃자 독일어 못하냐고 묻자 Ja.라고 대답을 하고 웃으며 나왔다. 말은 못 하는데 대충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에 앞으로 배우면 되겠구나 싶기도 한 마음이 생겼다.

 

  외국생활에서는 무조건 친화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웃으면서 살아봐야겠다. 심지어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한국인들을 본 적이 없어 더 친화력을 가지고 인사를 하고 다녀봐야겠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만난 다문화 부모님들이 대단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 큰 도전인 거 같다. 자신감을 갖고 나한테 핸드폰이 있는데 뭘 걱정이겠어, 하며 내일부터 싼 마트를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예정이다.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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