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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Oct 03. 2024

구청직원도 처음 보는 X와이프가 하는 사망신고

복지과 직원에게 사망신고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복지과에서 장례만 담당할 뿐 사망신고가 따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아이의 장례를 위해서 떠난 사람의 서류는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지과 직원은 병원에서 사망확인서를 떼어 주는 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 

집주인과 만나기로 한 날, 아침에 먼저 병원에서 복지과 직원을 먼저 만났다. 그는 사망확인서를 떼어 내게 건네주었다. 그 서류조차 나는 남이라서 함부로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건네받은 사망확인서를 들고, 구청으로 갔다. 점심시간을 넘겼지만, 뭐가 넘어갈 것 같진 않았다. 종일 생수와 커피만 들이켜고 있었다. 내가 사망자의 전처라고 하자 직원은 당황한다.    

 

“전처시라고 해도 법적으론 남이라서…….”     


“알아요. 사망신고를 할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요. 아이의 대리인 자격으로 신고하려고요.”     


담당 직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양해를 구하고는, 안쪽에 앉은 상사로 보이는 이에게 가서  긴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온다. 서류를 쓰는 게 꽤 복잡하다. 알려주는 대로 이것저것 써 내려가는데, 직원이 멈칫한다. 사망확인서 표기에 오류가 있다는 거다.      


“병원에 가셔서 이 부분 수정해 달라고 하셔야 접수가 될 것 같아요.”     


짜증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다. 사망확인서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안내 데스크를 거쳐 응급실로 가서 용건을 말했다. 서류의 오류를 인정한 간호사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10여 분 만에 나타나서는 


“이거, 병원비 안 내셨죠?”     


하며 당일 응급실 이용료 18만 원을 수납하고 오면 사망확인서를 수정해 주겠다고 한다. 간호사가 말하는 이거는 사망자를 말하는 건가, 사망확인서를 말하는 것일까. 

병원비를 내고 수정된 사망확인서를 받아 들고 다시 구청으로 갔다.      

구청 직원은 서류를 받아 들며 나의 고단함에 자신이 오히려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몇 글자를 더 채워놓고 힘겹게 사망신고 접수가 마무리됐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내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앉았다. 이제야 친구가 계속 내 곁에 있었다는 게 보인다. 일련의 과정들을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을 했다. 친구가 곁에 없었다면 혼자서 이 많은 일들을 이렇게 빨리 처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나지만 친구를 너무 혹사시킨 것 같다.     

 

“힘들지? 고마워.”     


“네가 더 힘든데. 무슨 그런 말을 해.”    

 

“근데, 아까 사람들 표정 봤냐?”   

  

“응, 나도 새 책에 순간 눈이 가던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근데, 그 사망확인서 일부러 잘못 표기한 건 아닐까?”  

   

“나도 그 생각했는데, 너 속상할까 봐 말 안 했어.”  

   

이 또한 의혹만 있을 뿐 진실은 알 수 없다. 음식이 나와서 허기를 달래고 식당을 나왔다.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제 친구도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친구를 전철역에 내려주려고 가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구청에서 온 전화였다. 제법 나이 든 목소리의 남자는 사망신고를 하려면, 내가 아이의 친권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법원에서 떼어서 직접 가지고 와서 다시 접수하라는 것이다.   

   

“아니, 그런 게 어딨 어요? 요즘 세상에 팩스, 아니면 등기도 있는데. 저 춘천에서 왔다고요.”    

 

늙은 공무원은 그런 건 자신이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당당하게     


“아무튼 직접 서류를 가지고 오셔야 해요. 여기에 적어 놓으신 서류는 파쇄하겠습니다.”  

   

“아니, 그거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해봤던 친구는 서류를 버리지 못하게 하라고 적극적으로 말렸다.    

  

“버리지 마세요!”     


나는 고함에 가까운 소리로 말했다. 늙은 공무원은 고함에 조금은 위축된 듯했으나 관용을 베푼다는 듯이.    

 

“그럼, 사흘만 보관해 드릴 테니, 그 안에 서류 떼어서 가지고 오세요.”     


“일단은 알았으니, 서류는 버리지 마세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오늘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며 밥을 먹었는데, 늙은 공무원의 전화는 돌아오는 내내 어깨를 무겁게 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니, 친권자는 아이의 기본 증명서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정보를 확인하고는 나는 밤새 씩씩거리며 뜬눈으로 지새웠다.      

아침이 되면 구청에 전화해 따질 작정이었다. 그렇게 밤을 새우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깐 잠이 들었다. 9시 5분에 구청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기본 증명서로 아이의 친권자를 확인했으니, 안 오셔도 된다고, 어제 서류 그대로 사망신고 접수하겠다고 한다. 일이 해결되어 다행이었지만, 지난밤 나의 분노는 어디에서 보상받나? 허무했다. 어제 내가 고함치지 않았다면 이 일에 대해 그 공무원이 알아보기나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워낙 희귀한 사례이니 경력이 많은 공무원도 일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법원에서 서류를 떼어 가지고 오라는 등의 말을 함부로 내 뱄었던 그 태도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소름 끼친다.      

그 후에도 난 이 일로 다른 관공서에서 서류를 떼려다가 같은 일을 당했다. 어떻게든 민원을 처리해 주려고 애쓰는 공무원이 있었고,      


“어거 안 되는데요.”     


라고 뻔뻔하고 영혼 없는 표정으로 말하는 공무원이 있었다. 

그때도 소리를 빽 질렀더니, 책을 뒤적거리며 관련 조항을 찾아보더니 서류를 떼어 주었다.      

요즘 민원인들 갑질에 고통받는 공무원들의 얘기가 많이 들려온다. 물론 억지를 쓰며 난동을 피우는 행위를 옳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사회현상만을 문제 삼기 전에 그러한 조직들(이는 학교나 경찰서도 마찬가지다)이 그동안 어떻게 갑질을 해 왔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선배들의 잘못으로 지금 젊은 세대가 일터에서 역으로 갑질을 당하는 일은 몹시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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