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화전

by 햇쌀


여행이 너무 가고 싶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도, 심적 고요가 지나쳐도 잠시 있던 자리를 떠나고픈 충동이 연하게 이는가 보다. 마치 꺼진 줄 알았던 티눈 같은 불씨가 살아나듯 그리움이 음지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 작은 진폭에 이끌려 지난 주말 가까운 산에 가서 진달래 한 움큼 따와서 화전을 부쳐서 딸네와 먹었다. 그냥 그리해보고 싶었다.


솔숲 그늘에서 활짝 피운 꽃을 따려니 미안했지만, 꽃봉오리를 더 많이 내밀 것 같았다. 귀가해서 꽃잎을 생수에 담가 놓았다가 접시에 건져 놓으니 연분홍 색감이 더 선연했다.


그리움


사람은 잘 잊히지 않아

추억과 체취를 남겨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진달래 꽃처럼 화려하지 않은

이 세상 떠난 사람은

안 계신 것은 알겠는데

곁에 같이 있는 거 같아

산 사람도 멀리 있으면 그래

늦었지만

이별 연습을 하며 살아야 할 듯



튀김가루에 들깻가루를 넣고 바삭하게 부쳤더니 맛이 좋았다. 부침개에 꽃잎과 꽃술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인지 연분홍 그리움을 박제해서 먹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해 봄, 들기름으로 화전을 부쳐 주시던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외로우셨을까. 괜스레 눈시울이 뜨스해졌다. 해마다 피었을 진달래인데 이렇게 내 집까지 따라와서 내 뱃속에 들어간 걸 보니, 이제 그리움을 그만 해갈해야 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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