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지다 남은 꽃송이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초가을. 하늘에선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지고, 들판엔 지다만 꽃잎이 달려있는 꽃송이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떨어진 꽃잎 사이로 드러난 암술과 수술이 사랑스럽다. 아름다운 것이 꼭 눈이 부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다만 꽃송이가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은 한 여름 이야기를 품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시간. 애절한 그리움을 연상시키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지다 남은 꽃 - 푸쉬킨(러시아)
지다 남은 꽃은
들판에 피어난
요염한 첫 꽃보다 더 사랑스러워라
그것은 더욱더 애절한 그리움을
우리 가슴에 안겨 주는 거
아, 그와도 같이 헤어질 땐
만날 때보다 더욱더
몸에 저려 드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