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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감에 의존하는 이유

by 소정


소속감의 욕구

: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고, 일원으로서 속해 있다는 느낌을 원하는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본능적으로 공동체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공동체에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 자아와 정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 이 시기에는 타인들과의 관계 유지가 꽤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아이들은 외부의 평가와 인정에 민감하며, 소속감을 얻지 못하면 뒤쳐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보통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한다. 이때부터는 소속감보다는 자아를 탐구하고 성찰하려는 욕구가 중요해진다. 꾸준한 노력으로 얻어낸 성취와 스스로 깨달은 자신의 가치, 그리고 사회에서의 책임 등은 인간의 자아를 성장시킨다. 이로 인해 인간은 점차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버리게 되고, 자신만의 관심사와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성인이 이러한 과정을 밟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내적인 가치에서 찾기보다는, 속한 공동체와 구성원들의 인정으로 정의하려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01 고요 속의 외침


성인이 된 인간이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동체 내에서 인정을 받고, 관계를 통하여 기회를 얻으려는 경우와 성장 과정과 문화, 그리고 책임감으로 인해 소속감을 중시하는 경우 등이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려는 것은, 또 다른 이유인 '소속감을 통하여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경우'이다.

학창 시절 반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있다. 반장을 맡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하여 리더십을 인정받으려는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따라 무리를 나누어 활동하는 학생과 유머나 장난 그리고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관심을 끄는 학생, 그리고 집단의 유행을 따르거나 특정 브랜드를 입어 유행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학생이 꽤나 많이 보였다. 심지어 규칙을 어기거나 튀는 행동을 하여 자신의 강한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학생 또한 존재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결국, '나는 이 무리에서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떼창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 고요 속의 외침이 종종 사회 공동체 안에서도 보이고는 한다. 주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가치를 독립적으로 확립하지 못했거나,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불안감을 가진 이들이 이에 해당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그들은 공동체에서 주목받기 위해 자신을 과시하거나, 자꾸만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지나치게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려고 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소속감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02 불편한 존재


소속감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성인들은, 공동체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생각보다 과한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행동이 공동체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이 공동체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신이 없으면 마치 공동체가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결코 순수한 기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오로지 '소속감과 구성원의 인정을 통하여 자기 가치를 확립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참여가 아닌, 자신이 이 공동체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보이기를 발악하며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그들의 자기 가치를 확립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과장하여 포장하거나, 불필요한 개입을 일삼는다. 일부러 독특한 행동을 하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보이고 싶어 한다. 공동체의 관심을 독차지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행동은 공동체의 진정한 조화를 해치며 구성원들 각각의 개인적인 욕구를 방해한다. 원치 않은 간섭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인정을 갈구하는 모습에 지쳐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존재'가 되길 원했던 욕망은, '불편한 존재'로 변질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03 뿌리 없는 줄기


자신의 자아 정체성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소속감에 의존한다면, 그 존재감은 영원히 신기루와 같은 존재로 느껴질 것이다. 결국 '자신'의 부재가 가장 두려운 것이 아닌가? 그 부재를 면하기 위해 추구하는 소속감은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소리 없이 덮어버릴 수 있다.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며 자신을 정의 내리는 것에 적응한다면,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도 타인이다. 시간이 지나, 점차 자신의 '특별함'을 인정해 주는 타인이 사라지게 되는 시기가 분명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스스로를 정의 내리는 것에 혼란스러울 것이며, 자신의 자아를 마주하는 시간이 올 때마다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스스로가 본인에게 초면인 것이다.

뿌리 없는 식물은 없다. 자신의 자아를 소속감으로 확립시키고자 하는 것은, 마치 뿌리 없는 줄기가 바람에만 의존하여 중심을 잡는 것과 같이 위태롭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고, 내면에서부터 자아를 확립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아가 마치 뿌리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가치와 신념을 스스로 탐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뿌리를 성장하게 한다.

소속감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의 인정 없더라도, 내가 자신을 안다면 그들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의 자아가 튼튼하기에 굳이 소속감이 없어도 혼자 걸어 나갈 수 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아야, 변함없이 자신을 인정해 줄 존재를 잃지 않게 된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한 인간의 가치와 무가치가 결정된다면 그 존재는 아주 비참할 것이다. 오든 존재는 오히려 그 자체를 위해 살고 존재한다. 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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