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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좌우명이 생겼다.

1965년 어느날 밤

by 앙장구

국장님이 아버지와 같이 집에 오셨다. 국장님은 전에 올때는 나에게 콩알총을 사주셨다. 콩알총은 콩을 넣고 쏘는 것인데, 성능이 아주 좋아서 진짜 총처럼 세게 나간다. 그래서 사람에게 함부로 쏘면 안된다. 엄마 말에 따르면 국장님은 아버지가 일하는 배에서 무전을 담당하는 사람인데, 선원들 중에서 고등학교 나온 사람이 아버지와 국장님 밖에 없어서 둘이서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하였다. 국장님은 아버지와 술을 드시다가 나에게 거금 십원짜리 지폐를 용돈으로 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심각한 얼굴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으로 났으면 이름을 남기도록 노력해야돼 "말씀하셨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멋진 말이었다. 나자신 갑자기 큰사람으로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그렇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살아야 하는 구나! 나는 무엇을 하여 이름을 남길 것인가? 내가 알고 있는 이름들을 돌아보니 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과 링컨은 안다. 옛날에는 임금님이나 장군들이 이름을 남겼고 요즘은 대통령이 왕이다. 그리고 요즈음은 노래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해서 이름을 남길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키도 작고 달리기도 못하고 싸움도 못하니 장군이 되거나 운동으로 이름을 남기기는 틀렸다. 노래도 잘못한다. 이제는 왕이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은 미국의 대통령이다. 변호사를 하다가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이 되어 이름을 남겼다. 거제에 가면 할머니들이 "너는 말을 잘하니 나중에 변호사하면 되겠다"고 한다. 어떤 할머니는 "너는 말을 잘하니 국회의원이 되어라" 라고도 한다. 나도 링컨처럼 책을 좋아하고 공부도 좀하는 편이니까, 나중에 변호사를 거쳐 대통령이 되어 이름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겠다. 그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나도 이제 좌우명이 생겼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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