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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l 31. 2023

사유 없는 믿음, 의지 없는 순응에서 깨어나기

근본적인 질문, 동등함에 기초한 대화, 건설적인 토론

턴어라운드 리더는 사유 없는 믿음에 질문을, 의지 없는 순응에 이의를 제기해야 


세상은 데이터로 넘쳐나고 일은 분화되어 규격화되고 있다.  기업활동에서 역할과 책임이 세분화되면서 부서 간의 벽을 탓하며 우물 밖을 보지 못하는 'I'자형 인재가 보편화되었다.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구성원의 일을 이해할 수 있는 'T'자형 인재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스마트시스템, 인공지능 등으로 발전하며 사람을 더욱더 수동적인 객체로 만들고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 속에서도 개별 구성원들은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온라인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과 약한 연결을 유지하며 노트북과 스마트폰 속에 고립된다.  당연히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소통 방식과 상호 작용에서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속도라는 미덕 속에서 질문은 사라지고, 대화는 이메일로 대체되고, 토론은 지시와 질책으로 위축된다.  기계의 '생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의 표준화된 수동적 동작이 보완적인 역할을 했던 산업혁명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조직에서도 모험적인 시도나 새로운 생각보다는 빠른 추격과 모방이 리더의 전략이고, 신속 정확하게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 구성원들의 능력인 듯하다.  변화와 도전, 창의와 혁신은 모두의 과제가 아니라 특정 부서의 역할이나 리더의 결단이 되어 버렸다.  변화, 도전, 혁신을 통해 사업과 조직을 단시간 내에 정상화시켜야 하는 턴어라운드 리더에게 혁신을 촉발하는 근본적인 질문, 변화의 동참을 이끄는 동등함에 기초한 대화, 목표를 합의하는 건설적인 토론은 필수적이다.


경험과 업력이라는 '짬밥'을 통해 굳어지고 강화된 고정관념은 질문이 사라진 사유 없는 믿음을 정당화하고 있다.  위기가 증폭되고 있지만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넘쳐 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조직 내 대화는 실종되고 상하관계에 의지한 지시만 남는다.  생각은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으로 익어가지 못한다.  생각의 힘을 통해 토론하고,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은 태스크포스나 위기 경영 상황의 일이고 문제 제기가 사라진 의지 없는 순응이 일상이 되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은 스타트업이나 벤처의 일로 여겨진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제한된 시간 내에 사업과 조직을 회생시키기 위해 사유 없는 믿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의지 없는 순응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라와 같이 '함의'가 일반화된 고맥락 사회에서 맥락이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데 질문이 없다면 미루어 짐작하거나, 사유 없이 믿거나, 의지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다.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내 뜻을 알아듣지 못해서 불필요한 실수를 반복하고 자원을 낭비한다'라고 생각한다.  질문이 사라지고 지시와 순응의 조직문화가 일상화된 곳에서 리더들이 느끼는 고충이다.  구성원들도 일의 목적이나 가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일을 개선하기보다는 일상업무(Daily Operation)의 속도를 높이는 '기계적 생산성'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만족하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일의 목적으로 생각한다.


'왜'라는 질문으로 구성원을 능동적 대화의 상대로 변화시켜야  


Why 질문은 생각을 낳는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팔고 있는지, 고객은 왜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지, 우리 팀은 왜 존재하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이 일은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이 문제는 왜 발생하는지, 우리 팀 회의는 왜 항상 이런 것인지, 우리는 왜 경쟁사에 뒤쳐져야 하는지, 출근시간은 왜 9시여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사업과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질문과 답변, 그리고 대화를 통해 기존 체계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면 문제도 발견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다.  질문은 일의 목적과 맥락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보로 만드는 과정에서 X축과 Y축의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생각을 가지고 하는 일이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수집한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고,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인사이트와 자신의 생각을 연결하여 의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리더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위계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사유 없는 믿음과 의지 없는 순응으로 지시에 순종하는 수동적 객체가 된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수동성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질문은 없고 지시와 질책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  고맥락 위계사회에서 리더가 던지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개선과 혁신의 출발점이 되고 자연스럽게 구성원들과 대화를 촉발한다.  당연하다고 받아 들여왔던 일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구성원들은 능동적 생각의 주체로, 대화의 상대로 변신한다.    


동등함에 기초한 대화, 양적인 필요조건을 충족한 숙의가 강한 실행력을 만들어


대화는 동등함과 진지함 속에서 꽃을 피운다.  상하 관계를 전제한 대화는 상대방을 위축시켜 솔직한 의견개진이나 정보 공유를 막아 특정한 결론에 빠르게 다가가려는 수렴적 사고를 촉진한다.  리더의 대화는 구성원들과 티키타카(tiqui-taca)가 일어나야 한다.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 상대방의 반응을 경청해야 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인정(Recognition)'의 형태로 일어나는데, 이 역시 상하관계 속에서 일방적인 칭찬보다는 동등함에 기초하여 상대방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훈계나 꾸지람'보다는 '코칭(Coaching)'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칭 역시 동등함의 관점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에 기초하여 개인의 유형과 반응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대화의 달인 소크라테스는 시장 상인과 대화를 하든, 당대의 철학자와 대화를 하든 동등함에 기초하여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방이 추구하는 가치 기준에 대해 관심과 존중을 표명하고, 질문과 피드백으로 구성된 대화를 통해 대화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고, 생각의 결과로 사유 없는 믿음과 의지 없는 순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일깨웠다.  그는 불완전한 합의보다는 이성에 근거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추구하였다.  '숙의'를 통해서 '일깨움'에 다다르고 '변화와 실천'으로 연결되는 것이 진정한 대화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명백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의심과 질문에서 출발하고 끝을 맺었다.  


생산성에 대한 시간 강박은 대화 속에서도 표현된다.  질문이 계속되면 시계를 쳐다보고 회의는 '30분'내에 끝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생산성 관점에서 투입을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결론 없는 대화, 참여가 제한된 대화, 불충분한 동의나 공유 등으로 산출이 불완전해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대화는 질문과 피드백을 통해서 일정 수준의 양을 충족해야, 즉 숙의가 이루어져야 강한 실천을 담보하는 합의나 공유에 이를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과 대화를 통해서 영감을 공유하는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을 만들어야 한다.  턴어라운드 리더에게 구성원과 대화는 변화에 동참시키고, 도전목표를 공유하고, 혁신의 단초를 발견하는 진실의 순간이다.  힘들어도 계속, 그리고 또 듣고, 질문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해관계가 조정돼야 진정한 협업이 일어나


대화가 양적인 측면에서 누적을 달성하여 생각이 구체화되면 공유나 합의를 바탕으로 계획이나 방안, 즉 일이 만들어진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협업하는 '일(Work, Project)'이 생긴 것이다.  일에 참여하는 개인과 부서는 상이한 효율성과 효과성 기준을 가지고 있어, 동일한 계획이나 방안에 대해 이해 관심사의 차이가 존재하고 상쇄효과(Tradeoff)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새로운 기업이미지 캠페인을 런칭하는 것은 홍보팀에게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고객만족팀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품질팀은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 관심사의 차이를 해소하고 상쇄효과를 시너지 효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에서 평가와 찬반 의견을 개진하면서 최상의 협업 방안을 만들어 내는 건설적인 토론이 필수적이다. 

   

질문이나 대화가 제한된 소수의 사람들 간에 확장적 사고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면, 토론은 좀 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에 대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논의하며 참석자들 간의 이해 관심사를 조정하여 협업의 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토론은 파괴적이면서도 건설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상호 이해 관심사의 조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이 건설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나 역학관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일 자체에 대한 효율성과 효과성에 초점을 맞추어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 진행자의 퍼실리테이션 능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리더는 건설적인 토론을 이끌기 위해서 참석자들에게 해당 '일'의 전략적 의도와 목표를 먼저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욕구가 다르면 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정을 한다.  같이 가야 할 목적지와 방향이 참석자에게 공유되어야 토론도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토론에 임하는 참석자들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배우고 내 관점을 더해 개선안을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건설적이지만 효율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퍼실리테이터도 필요하다.  건설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론 프로세스를 사전에 설계하고, 생산적인 참여와 숙의를 이끌어 내는 토론을 진행하면서, 토론의 결과를 실천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록과 팔로우업을 누군가는 전문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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