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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하면 망한다

운 좋은 장사꾼에서 성실한 관리자, 그리고 운영 탁월성을 만드는 경영자로

by 조병묵

기업의 성장은 단순히 매출 규모의 확대가 아니다. 그것은 경영자의 역할과 조직 역량이 어떻게 진화하느냐의 문제다. 초기에 통했던 방식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통한다고 믿는 순간, 기업은 정체하거나 무너진다. 옛날의 행운과 직감에만 기대는 사고방식은 오늘날 급진적 경쟁 환경에서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창업 초기 기업은 대개 니치 플레이어로 출발한다.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정 고객군이나 제품의 틈새를 공략한다. 예컨대 뷰티 OEM 기업들은 초기에는 단일 아이템, 특정 브랜드의 주문에 의존하면서 생존을 모색한다. 이때 경영자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정과 독기를 무기로 내세우며, 감각적인 기회 포착과 시장의 호응이 성장을 견인한다. 그러나 이 단계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다.


규모가 커지면 기업은 산업 내에서 다른 경쟁자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플레이어가 된다. 뷰티 OEM이라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까다로운 납기·품질 요구를 맞추어야 한다. 식품 OEM이라면 대형 유통사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HACCP, FSSC22000 같은 글로벌 품질 인증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 시기의 경영자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재무·생산·품질·인사 등 각 부문을 성실하게 관리하며 균형을 잡아야 기업은 버틸 수 있다.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운영 탁월성이 필요하다. 운영 탁월성은 특정 개인의 재능이나 열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프로세스와 협업의 방식,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 한 예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단순 주문자생산 수준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와 협업할 수 있는 품질·R&D·공급망 시스템을 체계화하면서 세계적 OEM 강자가 되었다. 단일 상품을 ‘운 좋게’ 수주해 만드는 회사와, 글로벌 표준을 내재화해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회사의 차이는 바로 운영 탁월성에서 갈린다.


운영 탁월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인식 변화와 사람·시스템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 기로에서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역량의 한계를 체감하고, 외부 투자자들과 함께 사업과 사람, 그리고 미래 전략을 다시 그리게 된다. 운영 탁월성을 확보하면 기업은 오너나 핵심인력이 사라져도 무너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업의 효율과 협업의 집단지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며, 기업은 자연치유와 진화를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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