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과 육감, 장인의 패턴인식 능력, 그리고 전략적 직관과 철학적 직관
SMART people learn from everything and everyone,
AVERAGE people from their experiences,
STUPID people already have all the answers. - Socrates
문제 해결은 리더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
턴어라운드 리더는 매일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구성원들은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를 통해 리더의 문제해결력을 평가한다. 리더는 현상과 원인에 대한 가설,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조합하여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오감을 활용한 문제 해결이 유효하다. 지저분한 곳은 치우고 불편한 동선은 개선해야 한다. 빠른 조치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직관적 육감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칠감은 장인의 문제해결력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으로 문제의 인과관계 패턴을 빠르고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팔감은 전략적 직관으로 주변 환경과 시간적 선후관계 등을 연결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구감은 모든 감각을 종합하고 연결하여 핵심적인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철학적 직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다.
문제는 목표한 것과 현재의 상황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것은 비용(Cost)의 문제일 수도, 시간(Delivery)의 문제일 수도, 그리고 결과물의 품질(Quality)의 문제일 수도 있다. 주간회의나 월간 실적 점검 회의 등 정기적인 회의는 결국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사전에 점검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다. 문제는 이상적인 상태와 현재의 상황 사이의 간극일 수도 있다. 버튼을 눌렀는데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거나 프로모션 비용을 2배로 지출했는데 매출이 상승하지 않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문제 해결은 목표와 현상사이에 벌어진 간극과 비정상적인 상황을 유발한 핵심적인 원인을 찾아내어 수정을 가하는 것인데, 이 과정은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의 의사결정으로 화룡점정하게 된다.
리더의 문제 해결 블랙박스, 오감과 육감, 장인의 패턴 인식 능력, 전략적 직관과 철학적 직관이 있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소리, 손에서 느끼는 사용감, 매장과 제품에서 나는 냄새 등 오감이 문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 현장에선 소리를 듣고 기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불편한 고객 동선은 판매점을 걸어보면 경험할 수 있다. 오감이 발달한 리더는 일상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뷰자데(Vuja de) 감각이 발달해 있다. 구성원들이 일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섬세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유도한다. 스타벅스 테이블, 교보문고 디퓨저, 이마트 배송 포장백 등 작고 섬세한 차이에 고객은 만족한다. 제조현장에선 오감을 활용하여 이상현상을 적시에 인지한다. 섬세한 오감으로 인지된 문제는 섬세한 오감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육감은 '아는 것 같은 느낌'(Feeling of knowing)이다. 일반적인 의사결정에서 육감을 활용하는 것은 '운에 운명을 맡기는 일'로 여겨지지만 오너, CEO 등 최고위층 리더들의 '배짱'있는 결정들은 육감에 기초하기도 한다. 데이터와 분석에 의거한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큰 리스크가 존재하거나, 문제의 복잡성이나 장기적 영향으로 인해 결단이 필요할 때 육감에 기댄 리더의 '도박'은 힘을 발휘한다. 메모리 반도체 원조기업은 인텔이다. 1986년 앤드류 그로부 회장은 기술 우위 기반의 수익성 높은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는 큰 결정을 한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백업 데이터가 있었겠지만 합리적 이성으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필자가 정의하는 칠감은 장인의 문제해결력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Knowing of pattern)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다. 축적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호기심과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장인의 머릿속에 인과관계 패턴으로 저장된다. 칠감이 발달한 리더는 패턴 인식을 통해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에 있어서 압도적인 속도와 성공확률을 자랑한다. 건설, 화학, IT, 가전 등 기술 중심의 회사에서 칠감을 가진 사람들은 최고의 생산성과 성과를 창출한다. 세계 1등 세탁기 트롬을 만들어 낸 기술자가 LG전자 대표이사가 되고, 30대 현장 영업맨이 본부장이 된다.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기호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확대되면서 경영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제 문제를 하나의 명료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팔감, 즉 리더가 가진 전략적 직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략적 직관은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동적으로 연결된 주체들의 피드백 관계' 속에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예상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Patterning of connection)이다. 신제품 출시, 신시장 개척, 생산성 제고 등 크고 어려운 복합 도전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가장 보편화된 시니어 리더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현재의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 외부적인 환경 변화와 내부적인 역량을 고려하여 의사결정하는 것이다.
구감은 철학적 직관(Connecting of everything)이다. 사명, 가치, 원칙 등 조직의 본질적 개념을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C레벨 최고경영진은 본질적 가치와 원칙에 근거하여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위기에 대응한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업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업의 개념을 '수백 개의 공정에 관여하는 기능직에서 박사급에 이르는 수천 명의 직원이 실수 없이 합심해야 하는 양심 사업이며, 경쟁자보다 빨리 양산해야 하는 타이밍 산업이다'라고 정의했다. 철학적 직관은 한 분야에 전문성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결합되었을 때 생겨난다.
감이 좋은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감 좋은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첫째, 현장에서 해결한다. 현장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으며, 공급자와 고객이 있다. 현상에 대한 관찰과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동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패턴을 인지한 현장 장인의 빠른 응급조치를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통해 지원한다. 전략적 직관을 활용하여 동적인 관점에서 재발 방지책을 찾아낸다. 발생한 문제를 철학적 직관으로 개선과 혁신 활동의 시작으로 변모시킨다. 필자는 제조업 대표이사로 근무할 당시 사상누각이었던 사훈을 '고객을 위해, 과학적으로, 현장에서'로 바꾸고 현장중심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해당 현장에서 이슈회의를 진행했다. 보고를 받기보다 문제가 발생한 현장에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둘째, 장고보다는 빠른 의사결정을 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면서, 유효하지 않으면 다시 수정하는 실행력 강한 사람이다. 종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진 조직과 '신중함과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리더는 문제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본성적 태만으로,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서, 또는 첩첩산중의 결재라인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쉽게 미루어진다. 문제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복잡성은 커지고, 복잡성에 비례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도 증가한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피자 2판의 법칙(two-pizza team rule)'은 피자 2판, 16조각으로 야식이 충분한 규모의 조직 사이즈를 지향한다. 신속한 토론과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과 강한 실행력을 지향하는 것이다.
셋째, 감 좋은 리더는 꾸준하게 자신의 감(Sense)에 인풋(Input)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가지고 있다. 감각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다듬어지기도 한다. 양손으로 로봇을 조정해 수술을 해야 하는 의사가 수술을 더 잘하기 위해서 왼손을 훈련해 양손잡이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CEO들의 가장 보편적인 취미가 '독서나 음악 감상'인 것도 다양한 간접체험과 충전을 통해 감각의 더듬이를 가다듬기 위한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에너지를 나누어주고,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기 빨리는 리더, ' 감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낯선 환경에서 자기 성찰을 하는 영성의 날(Spiritual Day)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