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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l 08. 2023

구조맥락적 사고로 원인규명하기

모든 문제는 구조와 맥락 속에 얽혀있다.

문제는 급변하는 환경과 복합 도전


복합도전(Complex Challenge)이란 말은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전 세계 경영인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다.  복합도전은 구조와 맥락 속에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로 인해 산업과 경쟁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도, 위기의 진원지를 찾는 것도, 또 해결책을 찾는 것도 어렵다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무역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이 커지고, 사람과 소비자들의 보편적 권리가 강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유가, 환율, 금리 등 외생적 경기변동에 의해 경영성과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게 되었다.  공인 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휴대폰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처럼 고객의 니즈를 정조준하고 시장에 출현하는 혁신 기업들은 기존 거대 사업자를 위협한다.  무뚝뚝한 라이언이 신뢰의 상징인 대형건물의 은행간판을 내릴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혁신적인 경쟁자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진입하고 매출이 부지불식간에 하락해도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고객은 더 이상 무력한 개인이 아니다.  불친절한 서비스나 불공정한 규정, 불량제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민원제기와 SNS 동영상 공유를 활용하여 전 세계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100만 개 중 3.4개 이하의 불량이 발생하는 식스시그마 수준의 불량 제품도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 보고서를 만들어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문제 상황에 적시에 대응할 수 없다.  기업 내부의 문제도 회사의 담을 넘어 얼마든지 공개되고 사회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위와 같은 거시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경쟁의 격화로 인해 문제의 복잡성도 커지고 있다.  분화된 기업 내 조직은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서 이기주의라는 병폐를 낳았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리더가 정치적이고 위계적인 권력을 부당하게 활용하여 비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실시한 외주 협력관계는 원재료 품질 문제나 납기 문제로 인해 언제나 골칫거리가 된다.  효율화를 위해서 추진한 분업과 성과주의를 위해서 시행한 건전한 경쟁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을 가져온다.  또한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동일한 문제에 대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해석이 틀려질 수도 있다.  5년 전 인터넷 보안은 선택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포장, 유해성분 등 환경 관련 문제들도 과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위생요인이었다면 지금은 선도적인 기업에 의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이다.  연결되고 분화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더욱더 복잡해지는 복합도전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환경의 변화 속도나 문제의 복잡성은 기존의 경영활동의 속도와 관리적 사고로는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구조맥락 사고는 구성요소들 간의 피드백 관계를 시계열적으로 파악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구조맥락적 관점의 이해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현재의 시점에서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빨리 해결하려 드는 것이 보통의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문제에 대한 응급 대응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게 되고, 그 발생빈도는 늘어난다.  그 상황이 지속되면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어 대규모 자본투자나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로 여기게 된다.  공장에서는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기계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응급조치를 통해 가동을 정상화시킨다.  그리고 문제가 지속되면 부가적인 장치 등 개선활동을 통해 문제의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완화시킨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계적인 문제는 기계를 작동하는 오퍼레이터, 생산품목, 작업자, 공정, 원부자재 등의 원인이 밀접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다양한 징후가 있었으며, 응급조치 후에도 문제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조맥락 사고란 문제의 선후관계 속에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결관계와 피드백 관계를 시계열적으로 파악하는 생각법이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구조란 때로는 형태가 없으면서도 근본적인 어떤 것으로 둘러 싸인 존재의 관계 및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구성 요소의 모음이다.  구성 요소는 문제를 둘러싸고 연결되어 있는 주체들(Subjects)이다.  주체들은 계단식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거나 또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맥락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구조맥락적 사고라 함은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와 그들 간의 상호 피드백 관계 그리고 시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이다.  매출부진의 문제라면 영업사원, 매출목표, 제품, 고객, 유통망, 가격, 판촉정책, 영업 인센티브 등의 구성요소가 연결되어 있고 시간적으로 변동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강화시키기도 약화시키기도 한다.  고객 대상 판촉 프로모션이 없는 상태에서 영업사원에 대한 일시적인 인센티브 10% 인상은 해당 분기내 밀어 내기식 영업을 통해 다음 분기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분기 대비 매출 30% 신장이라는 영업목표까지 더해진다면 해당 분기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불완전 판매로 인해 고객 불만은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구성 요소들에 대한 파악과 구성 요소들 간의 증가와 감소의 피드백 관계를 파악하면 문제의 원인에 좀 더 명확하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시스템 사고를 통해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와 환경을 파악하고, 시간의 변화에 따른 구성요소들 간의 강화 또는 약화의 피드백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구조맥락적 사고의 출발이다.

 

모든 문제는 QCD의 문제이고 사람(Subject), 프로세스(Environment), 기술(Resource)이 원인


문서와 말로 명확하게 소통하고 분석하는 것이 체질화된 미국은 대표적인 저맥락 사회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눈치와 분위기, 느낌을 통해 소통하고 현상을 이해해야 하는 고맥락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고맥락 사회에서는 비언어적이고 상황 중심적인 메시지를 통해 많은 부분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  고맥락 사회에서는 구조와 선후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진술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 분석이 어려워지게 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조맥락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위해 매우 단순한 틀을 생각해 보자!  첫째, 모든 문제는 결국 QCD(Quality, Cost, and Delivery: 품질, 비용, 납기)의 문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수준이 목표치에 미달하거나, 추가적인 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둘째, 문제의 원인, 즉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크게 작업자의 역량이나 개인적 실수(Subject), 적합하지 않은 프로세스나 계획(Environment), 기계적인 문제나 자원부족(Resource)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사람과 프로세스, 기술이 문제인 것이다.  셋째, 문제의 현상 QCD와 문제의 원인 가설(PPT, People, Process, Technology)의 3*3 구조 매트릭스를 그려보자.  서로 대응되는 빈칸에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서 파악한 문제의 원인과 인과관계를 기술하고 강도를 표시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QCD와 PPT의 3*3 매트릭스를 문제가 발생한 시점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과거와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려 본다.  이 세 장의 매트릭스를 보면 문제의 단순한 선후 관계뿐만 아니라 피드백 관계의 변화, 맥락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구조맥락적 사고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아낸 사례를 살펴보자!

 

구조맥락적 사고로 핵심 원인을 규명해서 제거해야


중소기업 A사는 수입에 의존하던 외국 기술을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A사는 국내 공기업의 초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유수의 해외기업과 경쟁하여 협력사로 선정되었다.  관련 프로젝트 수행 실적이 부족했던 A사는 기술평가 미팅(TBE, Technical Bid Evaluation)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가격평가 미팅(CBE, Commercial Bid Evaluation)에서 저가입찰을 감행하여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2~3년의 과정에서 수행경험이 부족했던 A사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품질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기업과 고객사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설계를 변경하였다.  이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졌고 경영난에 빠진 회사는 B기업에 의해 인수되었다.  B사는 해당 프로젝트가 낙찰가 보다 2배 이상의 원가가 투입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기업에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변경을 요청하였다.  Cost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기술 담당자는 설계변경의 근거가 미약하다며 실재 신청 금액의 3~5% 수준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결국 B사에 새로 부임한 기획담당 임원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해당 공기업의 구매팀장과 직접 협상에 임하며 원가 수준의 계약금액 변경을 공격적으로 요청했다.  공기업 구매팀장은 상황을 이해하지만 현장에서 승인이 없으면 계약변경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기획담당 임원은 해당 공기업의 실무진, 경영진과 수차례 미팅을 진행하면서 해당 프로젝트의 일부 아이템들이 납기가 지연되면서 전체 프로젝트의 납기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전후의 맥락을 파악했다.  초대형 프로젝트의 특성상 납기지연은 신뢰 저하의 문제를 별도로 하고 매우 큰 규모의 지체보상금 부담을 초래하게 되며, A사 제품의 납기가 지연될 경우 이어지는 공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기획담당 임원은 내부 회의를 거쳐 완성단계가 임박한 A사 제품의 납기를 계약변경 여부과 연계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계약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납기를 거부하겠다는 A사의 이러한 입장은 정식 공문으로 공기업에 전달되었다.  A사의 문제는 해당 공기업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양사는 법률검토 등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게 되었다.  A가 기획담당 임원은 공기업 법률자문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공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사기업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계약변경은 내부 감사팀의 사전 감사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기업 문화에서 누군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계약서를 꼼꼼히 재 검토한 끝에 비교적 단시간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보장될 수 있는, 그리고 전문 기술자에 의해 내용이 합리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중재요청을 하기로 하고, A사의 납품과 해당 공기업이 중재에 응한다는 것을 연계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계약서의 분쟁해결 방안에 의해 중재위원이 결정한 계약 변경 금액을 받아들이는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해당 공기업의 누구도 책임질 일이 없어졌다.  결국 두 회사 모두 합리적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납기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위의 사례에서 핵심적인 사항을 정리해 보면 설계 변경의 근거를 문서로 남기고 확인 후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미비하여 비용과 수익성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다.  공기업의 구매금액 변경 관련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상대방을 자극하여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발생하였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상대방이 납기 지연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공기업의 특성상 계약서에 의거한 정당한 근거로 일 처리를 한다는 맥락을 이해하여 상대방이 중재에 응하도록 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실행 안을 만들어 내는 해결책 추구형(How)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재는 시간을 두고 축적된 문제의 구조와 맥락을 이해해서 원인을 해소하는 원인 규명형(Why)에 가깝다.  원인규명형 문제는 문제와 관련한 주체들과 환경, 그리고 시간적 순서에서 피드백 관계를 파악하는 구조맥락적 사고로 원인을 발견하고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과 조직에는 의사결정 지연이나 책임회피 등의 성향으로 인해 문제가 응급조치만을 취한 상태에서 묵혀있는 경우가 많다.  응급조치만 반복하면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관련된 주체들도 늘어나고 피드백 관계도 복잡해져 실타래처럼 엉킨다.  턴어라운드 리더의 문제해결은 응급조치, 교정조치, 재발방지 조치를 넘어서 구조맥락적 사고로 파악한 핵심 원인의 큰 매듭을 풀어야 한다.  핵심문제를 해결하면 파생문제들은 쉽게 풀린다.  사업과 조직에 실타래처럼 얽혀서 묵혀있던 문제를 구조맥락적 사고로 풀어가는 턴어라운드 리더의 역량에 구성원들은 믿음을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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