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힘, 데이터의 힘!
불교에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 두 가지 있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지배하는 법계(法界)라는 것이며,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내가 마음먹은 데로 세상이 달라진다(天上天下唯我獨尊)는 생각의 힘을 강조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인연과보의 법을 믿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구하고 모든 법의 인연을 깊이 알면 벽지불이 된다고 하셨다. 벽지불은 스승의 가르침 없이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은 자를 말한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자연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지혜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방편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불경에서 손수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문제가 서로 뒤엉켜 정확한 진원지를 찾기도 힘들고,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운 복합도전에 직면한 오늘의 우리에게 원인을 파악하는 지혜와 해결방안을 만들어 내는 생각의 힘이 절실해 보인다.
불교에서는 윤회라는 개념이 존재하듯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 간의 동적인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규명하여 현재의 문제를 정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여 전생의 업보를 해소하는 악연의 고리를 끊는 등 문제해결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래 단락의 사례 '불타는 집'의 비유에서 처럼 깨달음에 기반한 솔루션, 방편지혜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일회성 문제해결에 집중하기보다 현재 생활에서의 절제와 정진을 통해 미래의 업보를 쌓지 않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 이상적인 삶과 현실 삶의 괴리를 해소하는 전략적 문제해결을 우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은 ‘불타는 집’의 비유를 들어 불이 난 집안에서 철없이 뛰어놀고 있는 20여 명의 아이들을 문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한 지혜와 방편을 설명하고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재물이 한량없고 전답과 가옥이 넘쳐나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500여 명의 식솔들이 사는 아주 낡고 큰 집에는 대문이 하나 밖에는 없었고 그 마저도 매우 작아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였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나 맹렬히 타고 있는데 집주인의 아이들은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집 밖으로 대피할 줄을 몰랐다. 집주인은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소리쳤지만 아이들은 불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황을 모르고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불이 무엇인지, 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 나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이 난 위급 상황 속에서 상황의 위급성을 깨닫지 못하면서 아버지의 외침을 무시하고 집 밖으로 대피하지 않은 이 아이들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문이 하나밖에 없는 낡고 오래된 집은 활활 타올라 뛰어 들어가 한 명씩 데리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뛰어 들어가 하나씩 억지로 데리고 나오겠는가? 그래서 서너 명의 아이들이라도 구하겠는가? 부처님은 지혜와 방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위급한 문제상황에서 생각보다 행동을 앞세워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하기보다는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지혜를 내고 아이들 스스로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방편을 사용했다. 아이들에게 말과 양 그리고 소가 끄는 수레가 대문 밖에 있으니 타고 놀라고 이야기하니 모두들 서로 밀치면서 앞을 다투면서 집 밖으로 나왔다.
물론 이 화택의 비유는 탐욕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지혜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 원인과 결과의 법칙, 생각을 바꾸어 방편을 만들어 내는 지혜 등 문제해결의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깨달음을 통해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다는 개념은 특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해야만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더 지혜로운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인터넷이라는 기반시설과 스마트폰을 통해 무한의 정보와 사람들에게 연결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뒤져 폭탄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그 재료들을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되어 그의 생각을 엿보고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네이버와 페이스북, 그리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스마트해지고 있는데,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 능력, 문제해결 능력은 상대적으로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하다는 말은 ‘똑똑하고 영리하며 맵시 있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말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사물 인터넷과 머신러닝 그리고 인공 지능의 탄생 등 놀라운 속도로 스마트해지고 있다. 센싱을 하는 하드웨어와 인터넷을 통한 연결과 제어라는 기능을 통해 더욱더 많은 전자기기나 공장설비가 연결되고 데이터는 축적되어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기계는 사람의 물리적 노동력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 문제해결 능력까지도 대신해 가고 있다. 그 극단에는 인공지능이 존재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유형과 솔루션을 패턴화 하여 문제발생 시 인간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하여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감정이나 경험에 기반한 육감이 문제해결 과정에 개입될 여지가 있어, 때때로 그리고 특정한 유형의 문제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시스템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미 주식거래 등에 있어서는 인공지능 매매 프로그램이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산업현장에서는 스마트 시스템이 문제에 대한 실시간 진단과 기본적인 해결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시스템의 문제해결 능력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더욱더 많은 시스템이 연결됨으로써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훗날의 역사는 이세돌 9단을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사람으로 기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로 지구를 지배해 왔던 인간은 효율성을 배가시키기 위해 자동화된 기계를 만들었고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을 가진 시스템과 인터넷이 세상의 기본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어 자동화를 이루고 지능형 시스템을 설계한 역사는 곧 우리 인간의 생각의 능력이 퇴화하는 역사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기계에 패턴화 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임함으로써 인간들의 생각의 능력 그리고 이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은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을 통해 길을 찾고 전화번호는 2~3개 밖에 외우지 못한다. 아주 단순한 문제까지도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사람의 유사문제 해결경험을 검색하고 참고한다. 다른 사람들이 가장 공감한 솔루션을 선택하고, 댓글을 참고해 다른 사람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제품을 구매한다.
필자는 기업에 근무하면서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볼 기회가 많았다. 외국어 구사능력이나 경제, 사회에 대한 정형화된 지식들은 뛰어나다고 느낀 반면, 정답이 없는 사회현상이나 문제들에 대한 답변에 있어서는 생각의 깊이나 넓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특정한 문제나 사건에 있어서 구조를 파악하는 분석적 사고능력이나 시간을 타고 흐름을 따라가는 맥락적 사고 능력은 부족했다. 그것은 단지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모색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찾는 데는 익숙해 있지만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답을 찾아가는 논리적인 과정에는 매우 약한 모습이다.
리더에게 전략적 문제해결 능력이란?
기업, 단체, 그리고 개인의 모든 활동은 경쟁의 과정에서 목표치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메꾸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문제해결 과정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목적과 목표에 대한 정의이다. 목적이나 목표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문제상황에서 개인이나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즐거운 인생을 목적으로 올해 안에 5개 나라 여행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잔업수당이나 연차수당은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기업에서도 매출신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영업사원들이 불완전판매나 밀어내기 등 부당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면 현재의 상황과 목표를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로 확장해서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문제 자체의 현상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 과정 자체를 새로운 변화나 혁신의 기회로 재정의하는 확장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기회로 재정의된 문제는 내외부의 사람 ‘the person who knows’를 찾아 문제해결을 위한 전문가의 통찰력을 구하면 된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내외부 전문가의 다양한 식견이 결합되면 복수의 문제해결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리더가 현업에서 당면하는 과제는 결국 위와 같은 전략적 문제해결이다.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기업활동들은 조직원들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수행하고 매니저는 QCD(Quality, Cost, and Delivery)만을 해당 조직원과 약속한 지점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상이 발생했을 때 리더는 적극적으로 문제에 개입하게 되고 구성원들의 시각을 확대시켜 전략적 문제해결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활동이나 매니저의 리더십, 그리고 사람의 인생까지도 결국은 목표와 현실사이의 차이를 해소하는 문제해결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문제를 단속적 일회성 사건으로 여기고,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조직원들을 이끌면서 목적에 부합하게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받는 매니저에게는 분석적 사고능력의 훈련이 필수적이다.
미래학자들은 2030년에는 현존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질 것이며,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보다 앞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나아가 인공지능을 통해서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더 이상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없다. 조직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리더는 경영진의 어려운 질문에 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구성원들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분석적 사고능력자(Critical Thinker)가 되어야 한다. 분석적 사고능력자는 이 일을 지금 우리가 왜 하고 있는지를 항상 자문하고, 목적과 목표를 통해서 조직원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들의 구조를 과거, 현재, 미래의 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설적 사고와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지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구글 등 일류기업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채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신과 같은 초능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자유의지에 기반한 지혜로 방편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우리는 신보다 지혜는 부족하지만 현장의 살아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10년 100년을 예측하거나 반추할 수는 없지만 통찰력을 모아 1년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열정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