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준비, 이륙, 그리고 순항 고도 안착!
네 개의 마일즈스톤을 가진 턴어라운드 리더의 시간
고장 난 이익창출 메커니즘과 무너진 조직을 회생시켜야 하는 턴어라운드 리더에게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소위 '점령군'의 부정적 이미지로 부임하게 되는 턴어라운드 리더의 동력은 부임 초기 합리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문제해결 그리고 대화와 토론에 기반한 구성원들과의 신뢰관계에서 나온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부임초기 현장에 대한 관찰, 자료에 대한 분석, 핵심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과 조직의 위기 상황을 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 또한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내부 운영시스템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비정상화된 것을 정상화시키는 이륙준비를 하고, 정교하고 집중력 있는 실행을 통해 주어진 시간 안에 정상 순항 고도에 도달하고, 목적지까지 제한된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비행하고, 안전하게 착륙하여 다음 비행을 준비한다.
필자의 경험상 턴어라운드 리더는 약 네 개의 시간적 마일즈스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부임 후 6개월의 시간으로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다. 목적지와 항로를 정하고, 연료를 채우고 기체를 점검하며, 목적지를 공유하고 있는 승무원과 고객들은 제 자리를 찾아 이륙을 대기하는 시간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부임초기 위기상황을 간명하게 정의하여 전파하면서 개개인의 변화의지를 자극하고, 현장과 사무실에 쌓여있는 소소한 문제들을 퀵윈 과제로 해결하여 조직의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을 정상화한다. 이 단계에선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의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내외부 구성원들과 고객의 주의 집중을 환기시켜 사업과 조직을 회생시키기 위한 턴어라운드 로드맵을 공유한다.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목표와 달성 계획에 대한 우리의 그림에 우리 모두 합의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부임 후 6~12개월의 시간으로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켜야 하는 시기이다. 부임초기 부문별 퀵윈 과제 수행을 통해 이룩한 작은 성공과 그 과정에서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워크를 전사적 관점으로 확대한다. 현장과 사무실, 회사와 고객을 연결하여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면서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하여 비용측면의 구조조정을 이루어내야 한다. 가치창출 및 전달 프로세스를 개선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효율화하여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영업이익 관점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전략적 영업을 통해 실망한 고객에게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공격적 영업을 통해 신규고객을 창출한다. 이 단계에서 턴어라운드 리더는 내부 운영의 효율 극대화를 위한 개선과 외부 영업을 병행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흑자로 전환한 후 24개월까지의 시간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흑자로 전환된 사업구조나 조직력을 고도화, 시스템화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턴어라운드 리더가 위기의식과 비전 속에 'PUSH'형으로 이윤창출 메커니즘을 회생시키고 조직을 이끌었다면, 이제부터는 핵심인력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여 스스로 지속적 개선을 만들어 내는 선순환 운영 프로세스를 문화로 정착시킨다. 극심한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한 번의 개선으로 성과가 지속될 수 없다.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프로세스의 개선 목적과 방향이 명확해지고, 현장 관리자들과 작은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실전을 통해 전략과 원칙을 이해한 현장 관리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이제 가치창출과 전달 프로세스는 스스로 개선하는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업과 조직의 고도화를 추구한다. 창출된 이윤을 바탕으로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제품에 신제품의 성장곡선을 추가하여 이윤창출 메커니즘을 강화할 수 있다. 수직적 인수합병을 통해 가치창출 메커니즘 자체를 보강하거나, 수평적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Volume)'을 키우고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등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도모할 수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태스크포스 형 과업중심 조직에서 부문별 역할과 책임, 협업체계를 정의한 안정된 프로세스와 조직을 정착시킨다.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성과를 보인 핵심 인재를 중간 관리자로 과감히 발탁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력을 통해 운영 프로세스 관리를 하면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나 시장의 변화에 더욱 주시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적정 순항 고도에 안착하기까지는 조종사의 시간
턴어라운드 리더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다.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프로젝트 스폰서는 현장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턴어라운드 리더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고발생 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이나 조직이라는 것도 실패가 누적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와 같다. 제한된 시간 내에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작은 실수로도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수술실 의사에게는 합당한 권한이 필요하고, 권한에는 책임과 성과도 따른다. 턴어라운드 프로젝트에서는 이륙을 준비하고 비행기가 정상 순항 고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조종사의 시간이다.
'한정된 시간'을 가진 턴어라운드 프로젝트에서 리더는 헌신적이고, 전략은 정교해야 하며, 실행은 빨라야 한다. 부임 후 1년의 시간은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활주로에서 이륙하여 좌석벨트 착용 신호가 꺼지는 정상 순항 고도에 도달하는 시간과 유사하다. 2017년 기준 310만 개 항공편 중 1개의 꼴로 사고가 발생하며, 가장 큰 원인은 '조정사 과실'이고, 이착륙 도중 가장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기가 이륙의 과정에서 전여정 중 가장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것처럼 턴어라운드 리더에게도 초기 1년의 시간은 매우 힘들지만 중요한 시간이다. 이륙을 위한 그 1년의 시간은 외부적인 환경이나 승무원의 역할보다는 조정사의 역량이 가장 핵심적이다. 승무원과 고객 모두 조종사를 믿고 비행기가 적정 순항 고도에 이르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사업이 흑자로 전환되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