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리더의 사업회생 전략은 무엇이 다른가?
턴어라운드를 위한 전략 로드맵
리더가 새로운 조직에 부임해서 가장 흔하게 하는 사업적 실수는 기존 운영체계의 효율성을 비난하고, 새로운 업적을 만들기 위해 성급하게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거나 무리하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이 적정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가운데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이익창출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에서는 가능한 시도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 능력 저하로 가용자원이 제약되고 내부 운영체계의 효율성도 떨어져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태에서는 도박에 가까운 전략이다. 턴어라운드 리더에게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에서는 구성원들의 신뢰도, 협력업체의 지원도, 고객의 기다림도 오래가지 못한다. 무턱대고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올인하는 것은 과도한 자원이 일거에 투입되는 성공확률이 낮은 위험한 전략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전략 로드맵을 바탕으로 작은 성공을 단계적으로 쌓아 가면서 사업을 회생시켜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턴어라운드 리더는 네 가지 단계의 사업전략이 필요하다.
하나, 내부 운영시스템을 정상화하여 원가경쟁력을 강화
첫 번째 단계는 내부 운영시스템을 정비하고 효율성을 배가하여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전략구매, 유휴자산과 부실자산 매각, 핵심 프로세스 정비, 생산성 향상, 조직개편 등 일련의 개선활동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원가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 이러한 활동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면 원가경쟁력은 강화되고, 다음 단계에 투입될 수 있는 추가적인 자원도 확보할 수 있으며, 더 큰 성공을 만들어 내기 위한 팀워크도 배양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와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은 구성원들에게는 실행을 통한 개선, 작은 성공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 강화 활동은 변화 활동의 주제와 대상이 된다. 일회성 경비절감이나 거친 구호는 지속될 수 없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개선하여 효과가 지속되고, 운영의 속도가 배가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속될 수 있는 경쟁력, 원가우위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자신을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회사라고 정의하면서 전략구매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1군 건설사의 구매본부에는 수백여 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품목에 특화하여 정교한 입찰 프로세스에 따라 전략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평가(TBE, Technical Bid Evaluation)를 통해서 최적의 사양을 통일하고 품질에 문제가 없음을 검증하고 나면, 견적평가(CBE, Commercial Bid Evaluation)라는 입찰 과정을 거친다. 견적평가에서는 전자입찰과 거래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최저 원가의 공급사를 선정하는 것이다. 또한 설계, 구매, 시공의 전 과정에서 최저 원가로 필요기능을 얻기 위한 벨류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이 EPC 회사의 가치 창출의 핵심이 된다. 투명한 프로세스에 입각한 전략 구매는 소재회사, 가공회사, 제조회사, 판매회사 모두에게 원가절감을 통한 이익 제고와 품질 표준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제조업에서는 생산성과 인건비가 원가경쟁력의 핵심 동인이다. 하루 8시간에 10,000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동일한 인력으로 12,000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추가 2,000개분의 임가공비는 고스란히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 10명을 투입해야 하는 생산라인에서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공정개선을 통해서 8명만 투입해도 12,000개를 생산할 수 있다면... 12,000개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원부자재의 로스율도 10% 낮출 수 있다면... 즐거운 상상이 아니라 제조업 현장에서 항상 벌어지고 있는 원가우위 창출을 위한 혁신의 테마이다. 이익을 내고 있는 많은 제조 기업들이 더 빠른 장비, 불량률 낮은 기계, 현장의 혁신활동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결국은 원가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현장에서 생산성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원가경쟁력을 가지고 싶다면 돈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둘, 파트너들과 개방형 혁신을 통한 차별화로 추가적 이익 창출
두 번째 단계는 사업의 가치창출 및 전달 네트워크 속에 수직이나 수평으로 연결된 파트너들과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여 차별화를 통한 추가적 이익창출 기회를 물색하는 것이다. 가내 수공업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협력사, 유통사, 고객사 등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차별화된 제품이나 원가우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제품의 본원적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원부자재의 소재나 규격을 변형시켜 원가를 낮추고 환경 등의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고질적 품질문제를 고객사, 공급업자와 머리를 맞대고 협업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품질을 개선하여 고객사에도 새로운 가치제안을 할 수 있다. 필자가 중국에서 환경사업을 전개할 때 협력사 한 곳이 지방정부에 제품을 납품하고 불량처리로 고생하고 있었다. 한국 본사의 엔지니어들과 연결시켜 기술 지원을 했고, 한국에서는 진부한 기술의 관련 제품 도면 몇 장을 기술 수출료를 받고 판매할 수 있었다. 가치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들 간의 협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셋,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찾아 이익률 제고
세 번째 단계는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찾아 이익률을 제고하는 전략이다. 원가우위 확보 전략과 개방형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제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면 조직이나 운영도 안정되고 사업의 현금창출 능력도 일정 부분 회복한 상태가 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이제 영업맨으로 변신해야 한다. 국내 소비재 제품이라면 해외수출이나 기업고객 등의 판로를 개척해 볼 수 있다. 필자는 턴어라운드 리더로 일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의 신규 기업고객을 개척했던 경험이 있다. 품질기준, 수출입거래, 소통 등의 과정은 까다로웠지만 이익률은 국내업체의 3~4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 꼬박 하루 동안 회의를 통해 계약조항을 조율했고, 일본의 품질팀이 초도생산 과정에 참여하여 꼼꼼한 품질기준을 제시했다. 중국업체에 비해서는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일본업체에 대비해서는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고객사는 '이익이 있는 고객'에서 '이익도 매출도 큰 고객'으로 성장했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은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가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뿐이다. 주어진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한정된 파이를 나누면서 시장점유율에만 신경 쓰다 보면 이익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기존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가치제안이 있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성공확률이 낮아 단기적으로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에는 적당하지 않다. 오히려 턴어라운드 리더는 변화, 도전, 혁신 활동을 통해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기,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갖추어 놓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내부의 역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치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들과 수직적, 수평적 협업을 통해서 시장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가치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들과 기술적 협업과 영업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한다.
넷, 신사업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비유기적 성장 도모
마지막 단계는 신사업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비유기적 성장을 도모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주주와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그리고 펀드 등 외부자금이 필요하다. 경쟁사를 인수하여 관리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고, 공급업체나 고객사, 유통사 등을 인수하여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서 전략적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수도 있다. 또한 핵심역량을 활용하여 관련 사업분야로 신사업 다각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가장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의 결과이지만 조직과 사업을 통합하여 시너지를 일으켜야 하는 새로운 턴어라운드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필자도 미처 걸어보지 못한 길이다.
필자는 수처리설비 제조 중소기업의 인수 후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전략의 로드맵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매출액이 30~50억 수준이던 초기에는 경쟁사 제품보다 싸게 잘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제품을 개선하여 표준화하고 전략구매를 통해서 핵심소재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필자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엔지니어, 공급사, 고객사들과의 미팅을 통해서 기존 제품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는 수처리 공법 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급사와 기존 제품을 활용한 수처리 공법을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하면서 사업은 매출 300억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도 곧 성장이 정체되었고 시장의 흐름을 따라 글로벌 환경 플랜트 시장에 진출했다. 수처리 설비와 공법에 대한 설계능력, 제작역량, 관리노하우를 가지고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 것이다. 종국에는 미국 최대의 EPC 회사에서 800억 원 상당의 중동 환경 플랜트 EP(Engineering & Procurement) 프로젝트를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