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병묵 Jul 06. 2023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전략, 가격책정과 원가절감

가격책정은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 원가절감은 혁신의 첫 번째 대상

턴어라운드, 원가와 가격을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회생이 필요한 사업은 일반적으로 흑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매출 하락이 흑자의 감소나 적자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산업 전체적으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해당 회사나 사업부문이 전략적 선택을 잘못하였거나, 전략의 실행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장 점유율을 경쟁사에게 빼앗긴 것이다.  또는 내부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져 매출대비 비용이 증가하거나, 뒤쳐진 혁신으로 고객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면 신제품 개발이나 신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니치 마켓이나 해외시장 등 성장의 여력이 남아 있는 곳으로 전략적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의 경우에는 프로모션 등 공세적 영업전략과 정교한 실행을 통해 경쟁자를 압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면 된다.  


매출이 유지되고 있으면서 회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매출 원가나 판매관리비가 상승하는 등 이윤창출 메커니즘에서 비용 C가 늘어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매출이 유지되고 있고 매출 원가나 판매 관리비에 큰 변화가 없는데 단위당 판매가격 P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C가 증가하는 것은 원부자재, 가공비의 상승이나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한 판매관리비 상승 등 일시적이거나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통제 가능한 것들이지만, 평균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조이다.  단위당 판매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거나 특정 제품군, 특정 고객군에서 하락하는 것은 산업 내 또는 특정 고객군에서 경쟁사 간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원인은 신규경쟁자 진입으로 인한 공급과잉이나 제품의 차별성이 사라져(Commodity trap) 발생할 수 있다.  산업 내 플레이어들 간의 가격 경쟁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이윤을 희생시키기보다는, 신제품 출시나 신시장 개척 등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내부 운영시스템을 효율화하여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비용구조와 이윤창출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한다.


가격(Willingness to pay)은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의향이다.  이러한 지불의향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성비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구매자는 가격과 성능의 상쇄(Tradeoff) 관계 황금률 속에서 가장 최선의 조합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도 결국은 신제품, 원가절감, 유통혁신 등을 통해서 가격과 성능의 상쇄관계 황금률을 파괴하는 것이다.  또는 구매자가 필요로 했었지만 시장에 없었던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고(First mover)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서 해당 기업이나 사업부문은 시장평균을 상회하는 이익률을 일정기간 향유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성이 줄어들면 원가 절감이 없는 상태에서 가격 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익률은 하락한다.  매출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으면서 단위당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다 적자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문제가 되어 버린다.


양적 성장에 젖어있던 조직이나 사업은 이익보다는 매출을 중시한다.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가격할인 정책을 시행한다.  문제는 신규 경쟁자의 진입, 소비자 기호의 빠른 변화 등으로 인해 제품의 성장 주기 곡선(Product Life Cycle) 자체가 매우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 원가 등의 혁신 없이 고도성장은 1년을 지속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매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격을 희생하는 전략은 기업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은 원가중심의 가격 책정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면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적 원가상승 요인을 고객에게 전이시킬 협상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중심 가격책정으로 손실을 키우기도 한다.  제조업이라면 부족한 시장 지배력과 협상력으로 가치 사슬의 다음 단계에 위치한 유통과 판매에 과대한 이윤을 전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의 양손의 검, 가격책정(Pricing strategy) 전략과 원가 경쟁력

 

오래된 사업이 매출은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으나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 비용구조와 가격책정(Pricing) 전략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원가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제조업에서 원재료 비용을 제외하면 단위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 즉 생산성의 차이가 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숙련도가 부족하고, 자동화 수준이 낮고, 가동률이 떨어져 생산성이 하락하고 원가 수준은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매출은 유지되지만 적자가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재료 공급업자에 대한 협상력이 강화되고 생산노하우 축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제조업에서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생산성을 올리는가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생산성 수준이나 수요의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격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마인드로 기존 사업의 가격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에서 가격책정(Pricing)은 리더가 직접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는 가장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이다.


판매업은 흔히 경쟁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경쟁자의 가격과 유사한 수준에서 판매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제조비용과 판촉비용으로 구성된 원가가 시장 경쟁력이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판매촉진에 비용을 쏟아붓는 활동은 시장 진입 초기에만 가능한 전략이다.  유통업은 매입가에 수수료를 붙여 재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차별적 제품을 독점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동질의 제품을 싸고 빠르게 유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동통신사와 같은 서비스 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고객 조사를 통해 포지셔닝에 따른 고객의 지불의향을 확인하여 가격을 책정한다.  고객의 지불의향, 즉 느끼는 가치를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건설업과 같은 수주산업은 최저가 입찰이 경쟁력이라서 정해진 기능을 최적의 프로세스와 최소의 비용으로 구현하는 밸류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이 중요하다.  또한 경쟁력 있는 공급업자를 찾아 원가를 절감하고, 설계변경을 실행률 좋은 변경계약으로 연결하여 저가 수주를 만회한다.


최종 공급 가격이나 소비자 가격은 한번 책정되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일 경우 원부자재 가격이나 가공비 변동에 대해 어느 일방의 리스크는 헤지 될 수 있지만, 가격변동이 심하게 일어났을 때 공급업자, 제조업자, 판매업자, 유통업자 중 어느 일방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심각한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원부자재나 가공비의 가격 변동폭 수준을 정해놓고, 그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가격인상이나 인하나 이루어질 수 있게 원가 변동에 연동한 공급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약이 정상적이고 공정한 계약이지만 ‘슈퍼 갑’이 존재하는 경우는 강제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또한 초기 고정된 가격에 이루어지는 매출 이외에 신제품 출시나 리뉴얼, 제품 스펙 변경 등 변경 계약이 발생하면 간접적인 가격인상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경우는 경쟁입찰도 아니고 한정된 품목에 대한 가격조정으로 '을'도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변경계약, 추가계약, 부수계약이 발생하거나 가격이나 거래조건의 변동이 생기면 턴어라운드 리더는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으로 추가적 이윤을 공격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가격은 구매자의 ‘지불의향’으로, 석유가격이 아닌 다음에야 내리는 것은 쉬워도 올리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품질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이 되고 소비자의 수용성도 높아지는 성장기에 접어들면 원가구조를 건실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판매량 증가에 따른 전략구매, 학습효과에 의한 생산성 증대, 판매관리비 목표관리, 제품이나 서비스 리뉴얼 등 원가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성장기에 경쟁사 보다 많은 이윤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축적된 원가 경쟁력은 성숙기에 일어나는 가격경쟁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성장기에 확장적으로 판촉 비용을 집행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원가의 구조조정을 병행하여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원가의 구조가 좋아지는 것은 마라톤에서 더 오래, 더 편하게 뛸 수 있는 체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원가 혁신도 마찬가지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C를 줄이는 것은 일상적인 활동으로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혁신 활동이다.


판가에서 원부자재 비용을 제외한 롤마진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거나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매출이 담보되어야 한다.  기업에는 롤마진이 운영비를 커버하고,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커버하여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 BEP)을 달성할 수 있는 매출의 규모가 존재한다.  매출규모가 영업이익 BEP 매출 미만으로 내려가면 적자가 발생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판촉을 통해 매출을 증대하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원가 절감 노력을 병행하면서 가격 책정을 점검하고 전략적으로 수정해 나가면 영업이익 BEP 매출 자체도 낮아져 생존 경쟁력은 강화된다.  물론 가격을 하루아침에 변경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번 인하된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도 어렵다.  고객의 지불의향을 변화시키기 위한 품질 및 서비스 강화와 상황별 전략적 접근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무너진 조직에서 턴어라운드 리더의 모든 노력은 이익 창출력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단계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가격을 인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위당 판매원가에 대한 절감을 통해 추가적인 판매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변화와 도전의 과정을 통해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내부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략 구매 등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낭비를 제거하고 극한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생산성은 높이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안정시켜야 한다.  이제 고객과 이해 관계자의 신뢰가 생겨나면 변경계약, 추가계약, 부수계약 등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본 계약의 이익 창출력을 강화하는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한다.  이 단계부터는 턴어라운드 리더가 직접 가격 책정과 거래 조건 협의에 참가하여 전략적인 접근으로 의사결정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혁신의 결과로 탄생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책정하는 것이다.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과 이익 창출 능력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학적 의사결정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성, 원가, 경쟁제품의 가격, 고객의 지불의향 등을 분석하여 가격을 책정한다.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가격 책정과 극한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매출도 이익도 증가한다.


이전 11화 지속가능한 이윤창출 메커니즘 재생시키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