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을 팔 수 없다면, 같은 것을 다르게 팔자!
리더도 구성원도 현장에서 고객의 신뢰 수준을 확인해야
마케팅 교과서의 고전이라 불리는 필립코틀러의 '마케팅원론(Principle of Marketing)'에 의하면 거래가 성사되기 전에는 판매자가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침대에서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는 구매자를 유혹해야 한다. 하지만 판매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 두 사람은 침대를 바꾸어 누워야 한다. 영업사원의 친절하고 개인화된 응대는 사라지고 고객은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고, 불만 처리를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SNS의 등장과 더불어 세상이 180도 변했다. 불만에 찬 개인 고객은 SNS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의 목표 고객층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제품의 성분, 가격, 제품 비교 정보 등은 휴대폰 터치 한 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카페 회원들의 불매운동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고객이 구매 후에도 푹신한 침대에 계속 누워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 대상이 고객일 수도, 구성원일수도, 협력사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사용자 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무한 공유되는 현상은 기업에게 기회이자 큰 위협이다. 문제가 매우 빠르게, 크게, 그리고 복잡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시에, 진심을 다해서, 그리고 창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조직과 사업은 한순간에 서든데스(Sudden Death)에 이를 수 있다.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던 회사들이 부적절한 고객 대응으로 한순간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은 서든데스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고 있고,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적인 운영 효율을 개선하여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떠나간 고객도 돌아오고 고장 난 이윤 창출 메커니즘도 작동하기 시작한다.
고객은 신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유통이나 판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과정에 고객들의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활용한다. 니즈 탐색을 위한 마케팅 조사를 넘어서 고객을 제품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는 방법론을 채용하고 있다. 고객에게 문제도, 답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와 구성원들이 고객을 만나는 것은 무너져가는 신뢰의 강도를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직 내부의 문제에 대한 핵심적 원인과 답을 외부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을 수 있고, 고객의 소리는 구성원들에게 큰 울림이 된다. 무기력한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선결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리더도, 구성원도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 듣고 물으면서 대화해야 한다.
B2C, B2B, B2G 어떤 경우에도 고객을 만나는 것은 회생이 필요한 조직과 사업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부임초기 내부 데이터나 내부 고객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면 원인이나 해법에 대한 편견에 사로 잡힐 수 있고, 고객과의 만남에서도 편견에 부합하는 의견만을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에 빠져들 수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어떤 경우에도 팩트에 근거하여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고객, 협력업체 등 외부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외부인의 시각을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끌어 와야 한다. 내부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정보와 외부 고객의 소리를 연결시켜야 비로소 사업과 조직을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생긴다.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현장의 개선을 이끌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사업도 회생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 관리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회생이 필요한 조직이나 사업의 경우 돈이나 시간, 사람과 같은 자원의 제한, 그리고 내부지향적이고 책임지지 않는 문화로 인해 고객의 직접적 요구나 간접적 불만 표시에 대해 초기 대응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시간이 경과할수록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고객의 신뢰는 급격히 무너진다. 시간이 문제를 더 크게 키우게 되고 고객은 이탈을 시작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부임 초기 내부 데이터 분석과 구성원 인터뷰를 통해 사업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가설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인터뷰를 통해 사업 부진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가설에 대한 1차적 검증을 실시한다. 가설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가치창출과 전달과정에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제들을 선정한다.
다른 것을 팔 수 없다면, 같은 것을 다르게 팔자
고객들의 신뢰는 개발, 판매, 배송, 사후관리 등 기업의 가치창출과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가격, 납기(QCD: Quality, Cost, & Delivery)와 관련되어 있다. 재구매 위생요인으로 작용하는 QCD에 대해서 고객들이 불만족하고 있다면, 턴어라운드 리더는 가장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퍼링(Offering)의 기본적 약속인 QCD 요소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고객들은 경쟁제품이나 대체재를 찾으면서 SNS를 통해 우리 제품에 대한 불만을 확산시킨다.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해당 사업에 품질비용을 높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며, 기업을 재앙적 상황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치명적이다. 가격과 원가는 경쟁사 비교를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납기는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서 고객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B2C, B2B, B2G, 그리고 제조업자나 판매업자 모두에게 품질비용은 ‘밑 빠진 독’이다. 불량은 반품, 교환, 보상 등의 품질비용을 유발하여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고객과의 관계를 손상시킨다. 단일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B2B나 B2G 업종의 경우는 품질사고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B2C의 경우도 최근 높아진 소비자 권리의식으로 인해 품질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회생이 필요한 사업을 분석할 때 매출이나 원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사 대비하여 품질비용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과 조직에는 반복되는 반품이나 사후 서비스로 인해 손실이 증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품질문제는 단기적으로 품질비용을 발생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철저한 해결이 필요한 턴어라운드의 위생요인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해당 사업의 판매가격과 원가구조를 산업군내 주요 플레이어들과 비교 분석해야 한다. 대부분의 산업은 브랜드 파워 및 포지셔닝에 따라 군(Tier) 별로 다른 가격 정책을 가지고 있다. 포지셔닝 맵을 그려보고 우리 제품의 가격이 경쟁사 대비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군(Tier)에 속해 있는 플레이어들이 원가중심, 경쟁중심, 가치중심 중 어떤 가격책정을 채택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내부 분석을 통해 품목별로 공헌이익이나 롤마진의 개념으로 수익성을 분석했다면, 고객 인터뷰나 경쟁사 비교를 통해 원가구조, 가격경쟁력, 그리고 고객들의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다. 이후 가치창출과 전달과정의 개선을 통해 경쟁사 대비 원가우위 전략을 실행하면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납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내부 프로세스의 비효율성 또는 내부와 외부의 물류 연결 고리 때문에 발생한다. 납기는 가격이나 품질에 비해 내부적인 노력만으로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늦어지는 것이 일상화되면 고객들에게 불만을 넘어 불신의 요소가 된다. B2B나 B2G의 경우는 불신을 넘어 제작 비용 증가나 지체보상금 등의 형태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플랜트 산업에서는 납기를 확인하는 업무와 인력(Expediting)이 별도로 존재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최단 납기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경쟁력이며 영업, 생산, 품질, 물류 등 내부 부서 간의 완벽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평균 납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회생이 필요한 조직이 팀워크를 갖추어 가면서 내부 운영 효율성이 향상되어 고객대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턴어라운드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이다.
다른 것을 팔 수 없다면 같은 것을 다르게 팔라는 마케팅 격언이 있다. 턴어라운드는 오퍼링의 기본적 구성 요소인 QCD에서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이를 내부적 혁신과정으로 연결시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 QCD가 경쟁력을 갖추어 간다는 것은 결국 조직이 팀워크를 통해 고객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기본적 오퍼레이션을 정상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선 영업사원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안을 통해 수익성이나 성장성을 높여 갈 수도 있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내부인의 소리와 내부적 운용효율만 추구해서는 궁극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사업에는 고객이 있다. 가치창출과 전달의 기본 요소인 QCD를 고객의 요구 수준에 맞추어야 무너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