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을 만드는 리프레이밍 능력
리프레이밍, '반드시 그런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해야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현장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회의, 워크숍 등 일련의 아이데이션 과정을 거쳐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그것이 신제품 개발이든, 프로세스의 개선이든,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하는 것이든 모든 혁신의 과정은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효율성을 증진시키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추구하는 아이디어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우리는 흔히 위기 속에 위협과 기회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상존하는 문제와 위협을 없애거나 줄이는 소극적인 관점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을 해야 한다.
새로운 변화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은 긍정의 관점에서 또는 부정의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리더가 문제와 갈등, 그리고 변화에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기회적인 측면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리더의 관점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성이 혁신의 과정이 되기도 하고 수동적 대응이 되기도 한다. 문제에 대해 임시 조치, 교정조치, 재발방지 조치 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와 갈등, 그리고 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 리더의 리프레이밍 능력이 필요하다. 리더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기회의 관점에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행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최악의 조건들을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하는 것이 리더의 혁신 역량이다.
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조직원들은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문제나 변화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개인의 심리상태나 조직의 분위기가 문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데, 책임을 회피하는 수동적인 조직 분위기에서는 문제는 방치되고 악화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이러한 관성을 타파할 수 있는 리프레이밍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로 리더는 조직 내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이고 비관적인 태도에 대해 ‘반드시 그런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관성과 고정관념에 대해서 반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리프레이밍을 위해서는 문제와 갈등,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 리더와 구성원의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로는 문제와 갈등, 그리고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조직 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도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Learning by doing'의 문화를 만들어 도전하지 않는 것을 실패로 정의하고, 실행의 결과로 탄생한 실패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시작으로 장려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열정'이라는 감정적 온도를 올리면서 ‘한번 해 보자!'라는 도전정신과 사기를 고취할 수 있는 리더의 조직개발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로 리프레이밍이 혁신 문화로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 숫자, 체계적으로 준비된 혁신 프로세스, 혁신의 결과에 대한 보상 등 이성적으로 리프레이밍을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전달해야 한다. 아래는 일상적 문제를 리프레이밍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제품개발, 프로세스 혁신의 기회로 성공적으로 연결시킨 사례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제를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
필자가 자주 다니는 꽤나 유명한 추어탕집이 있다. 강원도에서 나오는 좋은 원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방짜유기에 담겨 나오는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맛있는 추어탕을 제공한다. 또한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도 손님들로 넘쳐난다. 이 음식점에 도착하면 은행처럼 대기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다른 추어탕보다 가격도 비싸지만 점심시간이면 30~50팀의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보통의 일이다. 이곳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감 넘치고 전통이 있어 보이는 추어탕 집의 분위기가 아니다. 나무를 소재로 한 깨끗하고 밝은 인테리어, 태블릿 PC를 가지고 손님을 맞고 자리를 배정하는 매니저, 단정한 용모와 깔끔한 유니폼의 서빙 요원 등 추어탕이 아니라 파스타나 피자를 팔아도 무방할 정도로 밝고 개방적이다.
두 번째 특징은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차, 만화책과 교양서로 가득 차 있는 식당만큼이나 넓은 대기실이다. 커피도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 아이스티 등 다양하다. 남녀노소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구색을 갖추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5초 간격으로 ‘뻥’ 소리를 내는 자동 뻥튀기 기계다. 대기 고객들은 뻥튀기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수다에 여념이 없다. 지루해 보이는 사람은 없다. 뻥튀기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수다의 장단을 맞추어 주는 느낌이다. 대기실에는 직원이 없어 뻥튀기를 많이 먹어도, 이것저것 음료수를 마셔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입장순서를 알리는 전광판이 있어도 순서를 놓치기 일쑤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보내는 시간보다 대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도 불평은 없다. 여성 단체나 가족 등 고정관념에서 보면 추어탕을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손님들로 넘쳐 난다.
이 음식점이 다른 추어탕 집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격결정력으로 대표되는 경쟁우위를 만들어 낸 것은 추어탕의 맛 그 자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도처에 맛으로 승부한다는 남원추어탕집이 널려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의도되었던 아니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동물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졌든 간에 그 집은 기존 추어탕 집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기회로 리프레이밍했다.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기회를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고객이 누구인지(Who are they?),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What are their needs?) 그리고 어떻게 고객의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줄 것인지(How to satisfy them)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았다. 추어탕이라는 음식과 추어탕 집에 대한 리프레이밍을 훌륭하게 해냈다. 일정 수준에 오르면 비교하기 힘든 '맛있는 추어탕'이 아니라, 재료와 정갈한 반찬 등 보완적인 요소에서 ‘건강함'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경쟁자들이 맛을 이야기할 때 재료를 이야기하고, 미꾸라지에 초점을 맞출 때 강원도 양구에서 온 건강한 시래기를 이야기한다. 다른 식당에서 김치와 구색을 맞추는 한두 가지 밑반찬을 내 올 때, 더덕을 통으로 무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샐러드를 방짜유기에 담아 온다. 추어탕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리프레이밍을 했다. 보통의 추어탕 집은 미꾸라지 어항이 정면에 자리하고 있고, 실내는 30년을 이어져온 할머니의 땀과 역사가 배어있을 법한 느낌이다.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어쩌다 생각나면 들르는 은밀한 남자들의 공간이 아니라, 가족 친구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외식할 수 있는 정갈하고 열린 공간으로 훌륭하게 리프레이밍했다. 또한 지루한 대기시간을 일행과 수다를 떨며 기다림이 행복한 시간으로 변화시켰다. 고객의 진화하는 니즈를 모르고 ‘더욱 맛있는 추어탕을, 더욱 추어탕 집 같은 공간에서,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프레이밍 했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 시장의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
신개념 의류관리기기, LG 트롬 스타일러는 없었던 시장을 창출한 대표적인 고객가치 혁신 제품이다. 20년 이상 회사생활을 해 온 필자가 처음 15초짜리 제품 광고를 접했을 때 제품이 나에게 줄 수 있는 편익을 정확히 이해했고, 히트제품의 신호 ‘얼마일까?’라는 질문이 절로 머릿속에 떠 올랐다. 와이셔츠는 매일 갈아 입지만 양복은 1주일 정도 입는 일이 흔하고, 회식이라도 있었던 날이면 양복에 밴 음식 냄새는 스스로도 불쾌하게 느껴졌다. 아침이면 패브리즈를 뿌려 냄새를 없애 보지만 찜찜함 마저 사라지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주름진 양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왠지 자기 관리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마저 받는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옷은 뭔가 다른 관리를 해주고 싶지만 세탁소 말고는 방법을 모른다. 이러한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는 세탁기나 건조기 등 생활가전과 관련한 고객조사를 하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견된 고객의 페인포인트가 세탁기나 건조기 자체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의류관리기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낸 것은 문제에 대한 리프레이밍의 힘이다. 미세먼지가 외교적 문제로 까지 확대되고, 케미포비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변화 속에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읽어내 혁신적 제품개발로 연결해 낸 것은 문제해결의 방향을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의 개발로 리프레이밍한 것 때문이다. 이러한 리프레이밍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 가져야 하는 핵심 편익은 탈취, 살균, 먼지와 주름제거 등으로 정의했다. 세탁기의 스팀, 냉장고의 온도 관리, 에어컨의 기류 제어 등 3대 생활 가전의 핵심 기술을 융·복합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탄생했다. 내외부 환경변화 속에서 발견된 복합적인 문제를 하나로 결합하거나, 결합된 것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리프레이밍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 유통업체의 협상력 강화, 소비자의 변화를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위협의 요소로 인식한다. 기업들은 고객대응력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낮추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기존의 수동적 프레임으로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삼아 정밀하게 타겟팅한 목표고객과 SNS를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다. SNS를 홍보나 서비스의 장이 아닌 판매채널로 리프레이밍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가 일상화되었다. 전 세계 20억 명, 대한민국 국민 2,000만 명이 하루 30분의 시간을 보내는 세상, 페이스북을 고객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타겟팅과 동영상 기반의 성능 시현으로 광고의 구매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유통 수수료를 최소화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SNS의 출현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가 D2C 비즈니스라는 혁신의 기회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초기에는 제조업자가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었고, 영업이 중요해지면서 판매업자가 가격결정력을 가지게 되었고, 유통이 대형화되면서 가격결정권은 유통업자에게 넘어갔다. 백화점의 경우 30% 내외,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는 10% 내외의 판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납품 가격이나 최종소비자 가격에 대한 결정권은 실질적으로는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다. 매장이나 사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플랫폼을 가지고 잠재 고객군과 연결되어 있으니 판매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조업체의 수익구조가 유통업체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었다. D2C 비즈니스 모델은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하고 동영상 기반으로 중소 제조업체도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중년 남성이나 빅사이즈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패션업체, 1인 가구를 위한 아이디어 생활용품들이 D2C 비즈니스 모델로 약진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유통수수료의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과 고객들의 사용 후기와 추천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D2C 비즈니스 모델이 정밀 타겟팅, 동영상 기반의 제품시연, 그리고 사용후기를 강점으로 중소 제조업체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SNS는 ‘좋아요'와 ‘공유'로 대표되는 추천 프로모션, 무수한 약한 연결로 전 세계 어느 곳의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는 확장성, 제품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자발성, 정교한 분석을 통한 타겟팅의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 SNS가 유통점 선반에 갇혀 있던 좋은 제품과 개인의 머릿속에 갇혀있던 기발한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유행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제품출시 속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속도 측면의 진화가 눈부시다. 빠르게 최신 유행을 반영하여 제품을 출시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넘어서 ‘See now Buy now’의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패션쇼는 다음 시즌의 흐름과 유행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패션쇼가 끝난 후 해당 제품이 즉시 판매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세계적인 란제리 브랜드, 섹시한 속옷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도 최근 패션쇼가 끝난 뒤 해당제품을 온라인에서 즉시 출시하여 반나절만에 완판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혁신은 ‘미래의 유행을 보여주는 패션쇼'에서 ‘브랜드가 현재 추구하는 가치를 제안하는 패션쇼’로 프로세스를 리프레이밍한 것에서 출발했다. 보는 것(Seeing)과 사는 것(Buying) 사이의 시간적 간격, ‘기다림'을 기획, 디자인, 생산, 조달 등 내부 프로세스를 리프레이밍하여 제거한 것이다.
환경 변화나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면 두 가지 대응 방법이 있다. 첫째는 문제와 갈등, 그리고 환경 변화 속에 존재하는 위협을 중화시키고, 문제의 현상을 제거하는 익숙한 방법이다. 혁신보다는 문제를 처치하고 재발방지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된다. 다른 방법은 동일한 상황 속에서 기회의 요소를 찾아 그것을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프로세스의 혁신으로 리프레이밍하는 것이다. 문제의 현상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를 찾는 것이다. 위협적 요소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이상과의 격차로, 그리고 서로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와 갈등, 그리고 환경 변화를 냉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새롭고 다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 요소를 찾아 문제와 갈등, 그리고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리프레이밍하자. 혁신은 얽히고 맺힌 털을 풀어 가지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털을 모두 뽑아 완전히 새로운 가죽으로 변할 수 있도록 문제와 변화를 리프레이밍하는 것이다.